뮤지컬 ‘영웅’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위니토드’…. 오랜 기간 많은 관객을 동원해온 스테디셀러 뮤지컬들이 올 겨울 대거 개막한다. 최근 3년간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공연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자, 다수의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 대극장 뮤지컬들이 잇달아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공연계는 빠른 속도로 팬데믹 후유증을 회복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연예술계 티켓판매액은 2314억 원으로 팬데믹 직전(2019년 하반기)의 1928억 원보다 높은 수치다. 하반기 공연시장은 통상 상반기의 1.3~1.5배까지 많은 티켓 판매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5300~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2343억 원)보다 두 배 이상이다.
상반기에도 스테디셀러 중심의 대극장 뮤지컬이 다수 공연됐다. 올 상반기 전 장르 티켓예매순위 상위 10개 작품 중 14만 명 관객을 동원한 ‘하데스타운’을 제외하곤 스테디셀러 작품이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웃는 남자’ ‘아이다’ ‘마타하리’가 차례로 순위에 들었다.
다시 돌아온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하반기에도 뮤지컬계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2015년을 마지막으로 공연되지 않다가 다음달 10일 개막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대표적이다. 팀 라이스 작사,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의 이 작품은 ‘록 오페라’로도 불리는 명작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7일 전부터 십자가 처형까지 다루고 있다. 국내에선 1980년 초연된 이후 7차례 공연됐다. 7년 만의 이번 공연 때는 무대와 의상을 전면 개편한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979년 초연된 스릴러 뮤지컬 ‘스위니토드’도 12월 1일 개막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이발사 벤자민바커(강필석 신성록 이규형)가 터핀판사(김대종 박인배)에 의해 누명을 쓰고 15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후 치밀한 복수를 펼치는 내용. 견고한 팬덤을 보유한 이 작품은 6일 프리뷰 티켓 오픈 당시 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전미도가 러빗부인 역으로 복귀한다. 올해 9연을 맞는 뮤지컬 ‘영웅’도 12월 21일 개막한다. 안중근 역의 배우 정성화가 같은 배역으로 출연하는 영화 ‘영웅’도 비슷한 시기 개봉한다.
올 하반기 개막하는 대극장 뮤지컬들은 오랜 기간 공연되온 작품들이라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이미 본 작품 일색’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공연제작사에선 수익이 불투명한 신작을 올리기보단 팬덤을 보유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을 공연함으로써, 팬데믹 기간 손해를 보전하고 향후 신작 발굴 자금을 쌓자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300~500석 규모의 중소극장이 포진된 대학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학로의 주요 중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 중 티켓 판매 순위권에 오른 ‘랭보’ ‘빨래’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의 찬미’ 등도 역시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팬데믹 기간 공연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작을 발굴할 자원이 부족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보통 뮤지컬 기획·제작에 드는 기간은 3~4년인데, 최근 3년간 공연계는 코로나 여파로 수익이 반토막 났다. 자금 사정이 탄탄한 일부 대형 공연제작사에서만 신작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올 하반기 초연을 앞둔 신작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이프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쇼노트가, ‘물랑루즈’는 CJ ENM이 제작한다.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은 “팬데믹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리스크가 없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위주로 무대에 올리는 게 제작사로선 합리적”이라며 “기존의 흥행 뮤지컬로 자금 순환을 해서 신작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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