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머폰은 당시 21세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스웨덴 BIS 레이블로 낸 세 번째 독집 음반 ‘세기의 여정(Journey through a century)’을 이렇게 평하며 이 앨범을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했다.
이달 오스모 벤스케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BIS에서 내놓은 윤이상 앨범(지난해 8월 서울 연주 실황)에서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한 박수예가 국내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2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 이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협연한다. 가을빛이 짙은 24일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음반사 BIS에서 벌써 다섯 번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스승이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울프 발린 교수님이 저를 BIS에 적극적으로 소개해 주셨어요. 16세 때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음반이, 다음 해에 소품들을 실은 ‘사랑의 인사’가 나왔고 ‘세기의 여정’이 세 번째, 윤이상 음반이 독집은 아니지만 네 번째죠.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작품집도 녹음을 마쳤고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음반이 올해 그라머폰상 수상도 점쳐졌지만 이달 발표 결과 기악부문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는데. “이달의 음반에 오른 것만으로도 깜짝 놀랐고, 그라머폰상 최종 후보가 된 것도 믿기지 않았어요. 다른 후보 앨범들이 너무나 대단했거든요.”
―이번 리사이틀의 연주곡은 어떻게 정했나요. “그리그의 소나타 3번과 브람스의 소나타 3번, 라벨의 소나타 2번, 시마노프스키와 비에니아프스키의 곡들도 있어요. 평소 사랑해온 낭만주의 작품 위주로 골랐고 독일에서도 자주 연주해온 작품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해온 작곡가는 브람스에요. 특유의 ‘정직한’ 화성과 선율들을 사랑합니다.”
―앨범들을 들어보면 다른 국내 연주가들과는 약간 다른 억양이랄까, 느낌이 전해집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9살)때 독일로 건너갔다는 데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요. “다른 사람의 연주에 영향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악보에만 몰입하는 편입니다. 발린 교수님의 권고이기도 하죠. 어릴 때 한국에 마스터클래스를 하러 오신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저를 독일로 이끌어 주셨어요.”
―발린 교수님이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요. “음악가로서 몇 십 년을 살 것이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자기 단계에 필요한 것들을 하라고 강조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악보 읽는 것도 혼자 하고 핑거링(손가락 짚기), 활을 아래위로 긋는 순서 등도 혼자 알아서 정해보라고 하셨죠. 그렇게 자신의 관점으로 준비하는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육성된 연주가들도 여러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데, 독일에서 성장한 데 만족하나요. “베를린은 엄청난 오케스트라들을 비롯해 훌륭한 공연들을 볼 수 있고 미술관도 너무나 많아서 여러 가지 문화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이죠. 베를린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즐기고 있습니다.”
―‘세기의 여정’ 음반에서는 해설을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문헌을 많이 읽고 연구하는 편인가요. “연주하는 곡들에 대해서는 작곡가의 창작 배경을 자세하게 알아두려 노력합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크게 달라지게 되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본다면.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활동에도 관심이 있나요. “음악을 한다는 자체로 행복하기에 어떤 활동을 주로 하겠다는 식의 카테고리는 지금 정해두지 않으려 합니다. 음반 얘기를 하면 앞으로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와 협연해 내놓을 음반에 대해 BIS와 상의 중입니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제 연주를 듣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레코딩을 제안한 바 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되었지만 이것도 다시 논의될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라쉬콥스키와는 이번 리사이틀이 첫 협연이죠. “함께 연주하신 분마다 엄청나게 정말 잘 이끌어주신다고 얘기해주셔서, 이 분과 함께 하게 된다는 말에 엄청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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