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형 극장 ‘U+스테이지’에서 22일 개막한 영국 이머시브 시어터 그룹 다크필드의 3부작 공연 ‘코마’ ‘고스트쉽’ ‘플라이트’의 출발선은 어둠이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방의 빛이 차단된 컨테이너로 입장한 관객이 각자의 위치에서 헤드폰을 착용하면 공연은 시작된다. 아무 형상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암실에서 관객은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로 서서히 빠져든다.
무대와 좌석을 모두 걷어낸 공연장엔 컨테이너 3개가 놓여 있다. 컨테이너는 공연을 선보이는 무대이자 객석이다. U+스테이지는 무대와 객석을 해체할 수 있어 이런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3부작 모두 관객의 직접 체험을 통해 완성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관객을 몰입하게 해 ‘이머시브 공연’으로 불린다. 최대 30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고, 러닝타임은 각각 30분 정도다. 3부작은 별개 공연으로, 관객은 원하는 공연만 선택할 수 있다.
첫 공연인 ‘코마’는 철제 침대로 가득 찬 흰 병실, ‘고스트쉽’은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의자로 채워진 회의실, ‘플라이트’는 비행기 내부 공간에서 진행된다. 인간의 감각 기관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각이 완전히 차단된 채 관객은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360도 입체음향에 집중한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입체감 있게 전달된다. 관객은 소리와 향기, 진동만으로 낯선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음향과 여러 특수효과는 감각을 자극하고 낯선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코마’에선 코마 상태인 환자를 둘러싼 의료진의 대화를 통해 마치 관객이 코마 상태에 빠진 듯한 경험을, ‘고스트쉽’에선 영혼이 말을 걸어오는 체험을 한다. ‘플라이트’에선 비행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과정을 겪는다.
영국에서 온 다크필드는 극작가 겸 소설가 글렌 니스와 음향디자이너 데이비드 로젠버그가 2016년 결성했다. 이듬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고스트쉽’을 처음 선보인 그들은 2018년 ‘플라이트’, 2019년 ‘코마’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 대만 등의 관객 30만 명이 다크필드의 공연을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LG아트센터 서울 공연에 앞서 우란문화재단에서 2020년 ‘더블’, 지난해 ‘플라이트’를 선보였다. 다음 달 19일까지, 전석 3만3000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