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근대적 개인은 어떻게 탄생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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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조지프 헨릭 지음·유강은 옮김/768쪽·4만2000원·21세기북스

“친척과 결혼하지 마십시오!”

고대 로마 시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던 사도들은 근친혼을 금지하는 규범을 설파했다. 이 규범은 훗날 중세 교회의 유구한 전통으로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신의 가르침을 앞세운 교회의 진짜 목적은 혈연 간 유대를 약화시켜 친족보다 교회를 우선순위에 두려던 것이었다고 한다.

기독교의 결혼 규범은 ‘의도치 않게’ 서구 현대문명의 문화적 기원이 된다.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혈연중심 사회를 해체하고 핵가족주의, 나아가 개인주의를 뿌리내리게 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탄생한 개인을 ‘위어드(WEIRD)’라 명명한다. 서구에서(Western) 교육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됐으며(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집단을 의미하는 단어다.

위어드의 탄생은 친족사회가 아닌 국가의 번영을 가져왔다. 핵가족을 기반으로 개인주의를 공고하게 하는 도시화 및 상업화가 더욱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위어드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근대 이후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권리와 의무 보호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이처럼 법, 제도, 문화적으로 집단의 예속을 넘어선 개개인은 자신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무한히 확장하고 팽창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심리학적으로 위어드와 비(非)위어드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비위어드는 집단 규범을 어길 때 사회적 체면이 손상되는 수치심을 느끼는 반면에 위어드는 스스로 세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 수치심을 느낀 인간은 회피나 순응 같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죄책감을 느낀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바꿔 상황을 바꾸려 한다. 위어드가 주류인 사회가 개선을 통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심리학, 인류학, 경제학, 역사학을 망라하는 지식과 수백 건의 실험, 설문조사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참고 문헌 기록만 150쪽에 달할 정도다. ‘역사의 종말’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추천사에 “다양한 학문과 풍부한 데이터를 망라해 친족 기반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설명해낸 걸작”이라고 썼다.

#위어드#근대적 개인#친족 기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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