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기자는 한국인 사진기자로는 처음으로 퓰리쳐상을 받은 재원이다. 로이터 통신 소속 으로 2018년 11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캐러밴 가족이 미국 국경 장벽 앞에서 최루탄 연기에 쫓겨 달아나는 모습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의 스포츠 신문 사진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로이터로 이직했고 중국 근무에 이어 지금은 일본 지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꼼꼼하고 다양한 앵글로 현장을 기록하고 해석하기 때문에 로이터 본사에서 그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슈에 많이 파견한다. 미국 국경으로 들어오는 캐러밴들을 취재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나 역시 한국인 사진기자로 평생을 살아왔고 김경훈 기자와 현장에서 꽤 많이 만났다. 같은 현장에도 있었다. 2002년 김해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에서 유족의 절규에 사진기자로서 부끄러웠었다는 그의 기억. 죄송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슬그머니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진기자 중 한 명이다. 한국으로 가끔 올 때마다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보며 십 수년간 지내온 사이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에 인문 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그가 이렇게 수다스러운 사람인 줄 처음 알았다. 삶에 대해, 세상의 이치에 대해 이렇게 할 말이 많은 이야기꾼인 줄 이제 알았다.
사진기자들은 보통 자신의 사진에 사진 설명을 붙이는데 200자 원고지 한 장 분량 정도를 쓴다. 카메라 뒤에 숨어 세상을 살펴볼 뿐 무대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사진기자들에게는 그것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 원고지 500장 정도의 에세이 책이니 다른 사진기자들보다 500배 정도 수다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그는 책을 통해 인생을 얘기하면서도 직업으로서의 사진기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 그리고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사진기자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는 영상이 대중화되고 그만큼 쉬워진 만큼 직업인으로서의 사진기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근본 문제제기를 해 온 것 같다. 그리고 그 답을 구한 것 같다. 이미지는 허상일 수 있어 본질을 찾는다는 게 이율배반일 수 있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는 증명을 스스로 하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어제는 만찬장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하고, 오늘은 깡통을 모으며 살아가는 노숙자를 취재하고, 내일은 레드카펫을 걷는 할리우드 스타를 취재하기도” 하는 게 사진기자의 일상이다. 그는 사진기자 생활을 통해 터득한 ‘이치’로 세상을 보고 있다.
사진집이라고 이름붙이지 않고 책의 성격을 에세이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에 실린 ‘사진’ 만큼이거나 그 이상으로 ‘생각’이 곱씹어볼 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어체로 되어 있다. 평소 김경훈 기자의 성격이기도 하다. 아무에게도 쉽게 반말하지 않고 큰소리치지 않는. 그가 한국 사진기자인 나에게 준 큰 인사이트는 ‘저는 보도 뒤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나쁜 영향에 대해 그녀에게 이야기 했고’라며 일본의 가정폭력 피해자 사진 취재의 경험을 설명한 부분이었다. 심지어 그 문장 앞에는 “언제나처럼”이 있었다. 그의 책이 나의 루틴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감히 자신있게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진을 사랑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그의 인생 수다가 많은 공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일독을 권해드린다. 도서출판 다산초당. (2022년 10월 30일. 한국의 이태원에서 153명의 젊은이들이 압사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날 외국 언론 소속 한국 사진기자들과 한국 언론 소속 사진기자들의 사진은 무척이나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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