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외규장각 의궤(儀軌)’는 “조선 기록문화의 꽃”이라 불린다. 왕실 중요 행사의 모든 과정을 상세히 적은 공식 보고서로 정통성과 품위를 함께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약탈당했다가 2011년 장기임대 형식으로 14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더욱 소중하고 가치가 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의궤 귀환 뒤 10년 동안 연구한 성과를 선보이는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1일부터 개최한다. 하나의 거대한 보물창고처럼 꾸민 이번 전시는 2011년 파리국립도서관에서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 297책 등 460여 점을 선보인다.
3부로 구성된 전시의 1부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왕에게 올렸던 ‘어람용(御覽用) 의궤’가 지닌 품격을 소개했다. 의궤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서책으로서도 ‘장인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최고의 재료로 일반 서책에서 보기 힘든 고급 장황(글, 그림에 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 꾸미는 것)을 했다.
2부 ‘예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와 3부 ‘질서 속의 조화’에선 조선 왕조가 의궤에 어떤 가치를 담으려 했는지를 조명한다. 박물관은 “유교사회 통치이념의 근간인 충과 효, 예의 도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신녹훈(功臣錄勳)’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나 왕실에 공을 세운 신하를 포상한 기록물로, 백성에게 모범을 알리려 했다. 또 왕과 공신들이 모여 개최한 ‘회맹제(會盟祭)’를 기록한 의궤에는 군신이 하나 돼 나라를 지킨다는 뜻을 공고히 다졌다. 임혜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외규장각 의궤에는 예로써 국가를 다스리고, 질서를 지켜 조화로운 나라를 세우려던 조선의 통치이념이 잘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 한다. 3000∼5000원. 다만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이끌었던 고 박병선 박사(1923∼2011)를 기리는 뜻에서 기일(11월 23일)이 있는 주인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는 무료 관람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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