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배경으로 사당탈을 쓴 50여 명의 아이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이 아닌 현대적인 리듬과 악기가 섞인 퓨전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최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튜브에 올라온 리을무용단 ‘춤춤춤, 놀자’ 영상 속 모습이다.
‘춤춤춤, 놀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꿈의 무용단 사업의 일환으로, 홍보대사로 선정된 ‘리을무용단’이 추진하는 아동·청소년 무용 교육 프로그램이다. 꿈의 무용단은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무용 분야로 확대한 것으로, 현재 리을무용단(전통무용)을 비롯해 김주원(발레), 안은미(현대무용), 제이블랙&마리(실용무용)가 홍보대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여름 진행된 ‘춤춤춤, 놀자’ 프로젝트는 전통무용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전통무용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즐기고 재밌게 놀 수 있도록 ‘놀이’ 문화로 접근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리을무용단 이희자 단장은 “아이들에게 전통과 문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아이들의 문화에 직접 스며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답은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 문화’에서 찾았다.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 퍼져 나가는 유행, 그리고 그것을 모방하고 파생시키는 행동을 뜻하는 단어다. 꿈의 무용단은 단순히 ‘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외에도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밈의 ‘창의성’과 ‘주체성’에 주목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무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흥미’를 스스로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전통춤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리을무용단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최신 춤과 동작을 태평무, 강강술래 등 우리 고유의 전통무용에 접목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적, 백, 황, 흑, 청)에 담겨 있는 인간의 5가지 감정(희, 노, 애, 낙, 욕)을 10대 청소년들의 일상에 대입시켜 아이들의 공감과 재미, 익숙함을 동시에 이끌어 냈다.
이 과정을 통해 제작된 ‘춤춤춤 날아올라’ 영상은 총 5개의 주제로 나뉘어 공개됐다. △1부는 적·희(喜), ‘수다는 즐거워’ △2부는 백·노(怒), ‘뿌리 깊은 나무’ △3부는 황·욕(欲), ‘할머니는 요술쟁이’ △4부는 흑·애(哀), ‘한걸음, 한걸음’ △ 5부는 청·낙(樂), ‘춤춤춤, 놀자’로 구성했다. 특히 마지막 5부는 메인 프로젝트인 만큼 가장 한국적인 장소인 경복궁에서 5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창작무용을 펼쳐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놀라운 결과로 나타났다. 초기 낯설어하고 수동적이었던 아이들은 프로그램 회차가 거듭될수록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리을무용단 이자헌 주 강사는 “초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전통무용에 대해 아이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무용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통문화와 춤을 자신들의 즐거운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전통무용이 원래 이렇게 재밌었던 춤이었나요?”라고 물어올 정도로 즐거움을 표출했다. 참가자인 윤채은 학생(11)은 무용가가 되겠다는 꿈을 굳혔다. 그는 “케이팝뿐 아니라 한국 전통무용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무용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희자 단장은 “이번 ‘춤춤춤, 놀자’를 진행하며 아이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무용가들도 스스로 창조해 내는 ‘자기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아이들과 어른 무용가들이 함께 춤추고 촬영하면서, 서로의 것에 스며들며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자기를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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