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간이 아바타 내세워 팬들과 대화하며 노래도 불러
AI가 만든 ‘가상인간’과 달라
각종 음원 차트 1위 기록하고 쇼케이스 3분만에 매진 등 인기
아이돌은 방송출연 등 소통 한계, 버추얼 아이돌은 팬과 매일 소통
“젊은세대, 아바타 뒤 인간대신 캐릭터와 세계관에 온전히 몰입”
“꺄아악, 어떡해! 빨리 들어가자!”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 ‘레볼루션 하트’의 쇼케이스를 앞두고 6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지난해 7월 데뷔한 4인조 보이그룹 레볼루션 하트는 쇼케이스가 진행된 1시간 내내 극장 스크린을 통해 팬들과 만났다. 애니메이션 속 미소년 모습의 멤버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될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멤버 제미니가 윙크를 하며 “사랑해용”이라고 하자 “귀여워!”라고 외치는 팬도 있었다. 데뷔 1주년을 기념해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 ‘슈퍼스타’가 나오자 팬들은 후렴구를 ‘떼창’했다. CGV 왕십리(608석), CGV 용산아이파크몰(192석), CGV 영등포(303석) 등 3곳에서 동시에 열린 쇼케이스는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체 1103석이 매진됐다.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이 1020세대에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기업 광고에 출연해 유명해진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처럼 외모부터 목소리, 움직임까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인간’과는 결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버추얼 아이돌은 아바타를 연기하는 실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성우처럼 인간이 아바타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팬들과 대화하며 노래도 부른다. 센서를 부착한 인간의 움직임을 가상현실(VR)에 반영하는 ‘트래킹’ 기술로 아바타의 표정과 몸동작도 만들어낸다.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영상도 만든다. 버추얼 아이돌을 연기하는 인간은 인터넷 방송에서 활동하는 이들로 추정되지만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버추얼 아이돌 중 가장 주목받는 그룹은 지난해 8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다. 콘텐츠 창작자 ‘우왁굳’이 가상세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멤버로 구성한 이세계 아이돌은 지난해 12월 데뷔 곡 ‘리와인드’로 음원 차트 벅스, 가온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멤버들이 정체를 숨긴 채 가상세계 속 아바타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를 28일 선보인다.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우선 활발한 소통을 꼽는다. 보통 아이돌은 방송 출연을 포함해 각종 일정이 많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쉽지 않다. 이에 비해 버추얼 아이돌은 물리적 공간에 직접 갈 필요가 없어 시간 여유가 있고, 온라인 생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팬들과 매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쇼케이스에서 만난 이모 씨(23·여)는 “아미(방탄소년단·BTS 팬덤)였는데 소통도 불규칙적이고 (BTS가) 예능 프로그램에 안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손안의 아이돌’처럼 느껴지는 레볼루션 하트로 팬덤을 갈아탔다”고 말했다.
1020세대는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레볼루션 하트가 소속된 카론유니버스의 신예지 대표는 “젊은 세대는 아바타 뒤 인간이 누군지 궁금해하지 않고 멤버의 캐릭터와 세계관에 온전히 몰입한다”며 “팬들이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웹소설도 활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1020세대는 어릴 적부터 온라인 캐릭터를 접해 버추얼 아이돌을 친숙하게 여긴다”며 “앞으로 버추얼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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