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나만의 공간에는 ‘좋아요’가 넘쳐난다. 하트 버튼을 누르면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을 표현하기 쉬운 시대다. 하지만 신간 ‘공감의 반경’(바다출판사)을 지난달 28일 출간한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사진·51)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는다. “우리는 지금 ‘공감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진정 중요한 건 공감의 깊이가 아니라 반경입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는 한 뼘도 가 닿지 못하고 있어요.”
3일 전화로 만난 장 교수는 “오늘날 우리는 부족 사회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공감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오늘날 가속화하는 혐오와 분열은 내 집단에 대한 과잉 공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서 ‘디지털 부족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공감능력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성과 남성, 진보와 보수가 쪼개진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우리 부족을 지키는 원시적인 형태의 부족 본능이 싹텄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이 공감은 혐오와 차별을 양산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자인 그는 디지털 부족화 현상이 만들어낸 괴물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추적했다. 장 교수는 ‘입시제도’가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그는 “바로 옆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와 끊임없이 경쟁하며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해야만 성공하는 것이 지금의 입시제도”라며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인을 향한 공감의 반경을 넓힐 수 있는 해법 역시 ‘교육’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의 공감능력은 어떤 사회에서 나고 자랐는지, 어떤 문화와 제도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제도나 정책 변화로 충분히 공감의 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캐나다의 교육 혁신가 매리 고든이 창안한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되어보는 역할극 놀이를 통해 역지사지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 이 프로그램 실시 전후의 아이들에게 찾아온 변화를 분석해 보니 학교 폭력이 상당 수준 감소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행 정규 교육과정은 수리능력과 외국어능력을 키워내는 수학능력시험은 그토록 강조하면서 정작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감 능력은 길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내 주변의 고통에도 슬퍼하지 못하는 ‘괴물’을 길러내지 않으려면 이제 공감능력도 교육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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