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미 솔리드옴므 대표가 신사옥 1층에 마련된 ‘우영미 아카이브’ 앞에 서 있다. 그는 “직원들이 책을 빌리듯 자유롭게 옷을 빌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웃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샤넬,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사랑받는 이유는 최초의 디자이너가 떠나도 그가 남긴 유산이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이에요. 브랜드의 유산이 나날이 축적될 이 공간에서 직원들이 역사를 이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습니다.”
그의 손길로 빚은 신 사옥은 외관에서부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한다. 붉은 색의 굵은 기다란 철제 선들이 건물을 끌어안듯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우 대표는 “우영미라는 브랜드는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의 구분 없이 이 모든 정체성을 감싸 안는 것이 특징”이라며 “경계를 짓기보다 경계 없이 이 모든 가치관을 포용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솔리드옴므’와 ‘우영미’ 신사옥 외경. 우영미 대표는 “소재와 패턴에서는 정교함을 추구하되 변화와 혁신에서는 담대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관은 굵고 붉은 선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솔리드옴므 제공 우 대표는 신사옥을 지으며 아차산 자락이 한눈에 펼쳐진 꼭대기 6층 명당을 자신의 집무실로 쓰는 걸 마다했다. 대신 그는 두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매일 회의를 열며 토론하는 2층에 자리 잡았다. 브랜드의 새로운 컬렉션 의상 샘플과 스토리보드가 줄지어 서 있는 창고 같은 공간 사이, 그의 방이 있다.
그는 “6층에서 근사한 풍경을 보며 잠시 혹하기는 했지만, 내가 6층에 올라가면 직원들과 거리가 더 멀어질 것”이라며 “아래로 마흔 살 차이 나는 직원들과도 거리낌 없이 소통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2층을 선택했다”고 웃었다.
테라스와 맞닿은 3층과 6층은 직원들에게 내줬다. 이전까지 강남구에 있었던 구 사옥에는 없었던 공간이 바로 ‘테라스’다. 우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둘러본 테라스에서는 직원들이 모여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직원은 “가끔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테라스에 노트북을 들고 나와 머리를 식힐 때가 있다”고 귀띔해줬다. 우 대표는 “그동안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일해 온 직원들에게 숨구멍을 내주고 싶었다”며 “테라스에 나와 멍 때리는 직원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며칠 전 한 직원이 테라스에 요가 매트를 펼쳐 놓고 하늘을 보며 누워 있더라고요. 그때 이 건물을 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든요. 오히려 일의 경계를 허물 때 더 좋은 생각이 떠올라요. 패션에는 정답이 없거든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