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는 제게 음악가라는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키워 주었어요. 그 꿈을 이룬 후 언젠가는 그의 음악만을 담은 음반을 내겠노라 다짐했었죠.”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34)가 음반 역사상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 곡만을 담은 색소폰 앨범 ‘라흐마니노프’를 내놓았다. 24일 저녁 7시 반에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도 연다. 음반에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 편곡판과 ‘보칼리제’,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을 편곡한 ‘기도’등을 실었다. 음반과 공연 모두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함께 한다. 그가 8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음반과 공연에 대해 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처음엔 색소폰이 클래식 악기라는 인식이 우리나라에 없어 힘들었어요. 그럴 때 작곡가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작품들이 제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인간의 내면과 슬픔을 가장 잘 해석한 게 라흐마니노프의 곡들 아닌가 싶습니다.”
브랜든 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색소폰을 시작했다. 미국 신시내티 음대 대학원에서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리용 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6년 귀국해 올해 여수국제음악제에서 글라주노프의 색소폰 협주곡을 국내 초연하는 등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알려왔다.
색소폰은 1840년대에 벨기에 목관악기 연주가 겸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가 발명했다. 그가 만든 여러 악기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여할 정도로 이 악기의 표현력과 가능성에 자신을 보였다. 소프라노 앨토 테너 바리톤 등 다양한 음높이의 색소폰이 있다. “목관악기지만 악기 몸체도 금속으로 되어 있고 목관의 부드러움 뿐 아니라 금관의 웅장함, 현악기의 유연함까지 갖추고 있죠.” 이번 앨범에도 첼로 소나타는 바리톤 색소폰, 보칼리제는 알토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등 여러 음높이의 악기를 사용했다. 혀로 리드를 치는 ‘슬랩 텅깅’기법으로 첼로의 피치카토를 대신하는 등 색소폰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오늘날 대중음악에서 더 친근하게 볼 수 있지만 클래식과 대중음악에서의 색소폰은 약간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우스피스(입에 대고 부는 부분)와 리드(갈대로 만든 떨림판)가 아예 달라요. 클래식 색소폰은 아랫입술을 말아 클라리넷 비슷한 따뜻한 소리를 내고, 재즈나 팝에서 쓰는 색소폰은 입술을 풀어서 거친 느낌의 텍스처를 표현합니다.”
24일 연주회에서는 2부에 이번 앨범의 메인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고 1부에서는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을 색소폰과 피아노 듀오로 연주한다. 내년에 집중할 ‘전람회의 그림’ 프로젝트를 미리 공개하는 셈이다. 라벨이 관현악용으로 편곡할 만큼 다양한 회화적 느낌과 리듬,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브랜든 최는 한양대와 동덕여대 겸임교수로 후배 색소포니스트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시내티 음대에 처음 유학갔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악기로 분명히 색소폰을 인식하고 수많은 전공자들이 있는 걸 보고 놀라는 한편 자신감을 얻었어요. 한국에서도 그렇게 되는 게 제 꿈이고, 분명히 그렇게 될 걸로 믿고 있습니다.”
반주자 라시콥스키와 이번 앨범의 녹음을 맡은 녹음 엔지니어 황병준에게 그는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6월에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했는데 통영까지 라시콥스키와 함께 이동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죠. 홀의 음향이 색소폰과 너무 잘 어울렸는데, 녹음이 그 멋진 음향을 잘 잡아 주었어요.”
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 팬들이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고 건강을 되찾았어요.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걱정 감사하고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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