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돌아온 ‘동감’…질감까지 되살린 “응답하라 1999”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0일 13시 42분


회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른바 ‘테크노 가방’.

세기말 ‘사이버 감성’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24세 신인배우 유지태를 스타로 만든 영화 ‘동감’(2000년)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원작은 2000년에 사는 99학번 지인(유지태)이 무선기기로 1979년에 사는 77학번 소은(김하늘)과 우연히 연결된 뒤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는 2022년의 21학번 무늬(조이현)와 1999년의 95학번 용(여진구)이 연결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2000년 개봉한 김하늘 유지태 주연 영화 ‘동감’
2000년 개봉한 김하늘 유지태 주연 영화 ‘동감’


원작에선 과거에 사는 대학생이 여성이었지만 이번엔 남성이다. 현재에 사는 이들 성별도 바뀌었다.

용과 무늬는 원작처럼 각자가 가진 오래된 무선기기를 통해 연결된다. 용은 한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늬에게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오랜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용과 무늬는 꿈과 사랑 우정 등 여러 고민을 나누고 조언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무늬를 통해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고 좌절한다. 원작과 같은 전개다.

22년 만에 리메이크된 영화 ‘동감’. 2022년의 21학번 대학생과 1999년의 95학번 대학생이 무선기기를 통해 연결된다. 고고스튜디오 제공

무늬가 말하는 ‘썸’이나 ‘헐’ 등을 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22년간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음이 실감 난다.

1999년 유행한 ‘방가방가’ ‘찌찌뽕’ 등의 유행어는 추억을 소환한다. 당시 개봉한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 등 곳곳의 99년 소환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 통이 큰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과 티셔츠 위에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쳐 입은 큰 셔츠 등 99년에 유행한 ‘세미 힙합’ 패션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99년이 현재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과거여서 차별화하기 어려움에도 서은영 감독은 미묘한 차이를 세공해내며 특유의 질감을 구현했다. 같은 학생회관 건물의 색감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등 명확한 시대 구분이 가능하게 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청춘의 싱그러움은 매한가지. 현재와 과거의 같은 듯 다른 풋풋함을 담아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사랑은 소중하다는 등의 메시지가 주인공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선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과 그 감성을 꼼꼼히 되살렸지만 원작을 한 단계 뛰어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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