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생각하면 ‘두근두근’…수능 전 두려움을 다스리는 법[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3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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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앞에 과하게 긴장하는 ‘시험불안’
완벽주의·파국화 사고가 두려움 키워
복식호흡·단순 반복 작업 딴짓도 도움
긴장 낮추는 약물 복용은 부작용 우려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시험을 앞두고 적당하게 긴장하는 것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긴장은 실력 발휘에 방해가 된다. 시험뿐 아니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감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동아일보 DB
시험을 앞두고 적당하게 긴장하는 것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긴장은 실력 발휘에 방해가 된다. 시험뿐 아니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감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동아일보 DB
수능 시험일이 어느덧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 볼 생각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하는 것은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절한 불안감은 신체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행동을 민첩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긴장감이 ‘0’이어야 수행 능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시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감 때문에 어지러움, 메스꺼움, 두통, 설사 등이 유발된다면 오히려 집중력이 낮아져 실력 발휘에 방해가 된다. 수능뿐 아니라 각종 시험, 면접 등을 앞두고 불안감이 지나치게 높아져 생활 자체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을 시험불안(test anxiety)이라고 한다. 중요한 일 앞에서 긴장을 낮추고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시험을 망치면 내 인생도 망할까?
긴장되는 상황 앞에서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전부 다르다. 개인마다 예민한 성격, 완벽주의, 주위의 기대, 남과의 비교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은 시험불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은 실패했을 때, 절망감을 남들보다 강렬하게 느낀다. 주변에서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느낄수록 완벽함에 대한 강박적 생각은 더욱 커진다. 부모님 등의 기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불안 역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망칠 경우 자기 삶도 끝날 것이라고 믿는 인지적 왜곡이 심할수록 불안감은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시험을 망치면 인생도 끝난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사고 역시 불안감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불안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인지적 오류 가운데 하나로 파국화(catastrophizing) 사고를 지적한다. 파국화 사고는 “이것을 제대로 못 하면 끝이야” “문제가 생겼으니 내 인생도 망했어” 등 가장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 현상이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퍼포먼스가 높은 사람들이 시험 하나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인지적 왜곡이 심할수록 병적으로 걱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능시험 한 번이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믿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숨만 잘 쉬어도 긴장 이완에 효과
복식호흡과 근육 이완은 행동을 통해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불안감이 올라오면 호흡이 빠르게 변한다. 이때 들이마시는 산소에 비해 신체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량은 줄어들면서 근육이 긴장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땀이 난다. 이때 얼른 복식호흡을 통해 신체 리듬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호흡 조절과 근육 이완을 통해 몸의 긴장감을 낮추면 정서적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식호흡은 가슴보다 배가 더 많이 부풀었다 가라앉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①편한 곳에 앉아 배가 공기로 불룩해진다고 상상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②다시 배에 있는 공기를 전부 내뱉는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내쉰다.
③몸이 이완될 때까지 약 5~10분 동안 반복한다. 하루에 2, 3번 하면 좋다.
과도한 긴장으로 숨을 빠르게 몰아쉬는 과호흡이 온 경우에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
①숨을 천천히 들이쉰다.
②들이 쉰 상태에서 멈추지 말고 연이어 천천히 내쉰다.
③숨을 다 내 쉰 상태에서 6~10초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숨을 들이쉰다.
④위와 같이 2~3분 반복한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점진적 근육 이완법은 미국의 생리학자 에드먼드 제이콥슨이 1920년대에 개발했다. 인위적으로 근육의 긴장을 끌어 올렸다가 서서히 이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깨 근육이 뭉쳐있다면 승모근에 힘을 주고 5초 버텼다가 10초간 다시 근육을 이완시킨다. 누운 자세에서 손부터 시작해 팔, 어깨, 목, 미간 등 순서를 변경해 가며 천천히 연습해 본다. 복식호흡과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다.
딴짓도 제대로 하면 도움 된다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활동을 천천히 해보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책상에서 벗어나 잠깐 딴짓하며 몸의 리듬을 천천히 돌아가게 맞추는 것이다. 포인트는 ‘천천히’에 있다. 퍼즐 맞추기, 글씨 따라 쓰기, 색칠하기, 산책하기 등 본인에게 맞는 것을 택해 평소 하던 것보다 속도를 천천히 한다. 반면 빠르게 다리를 떨거나 강박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은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행동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영국의 다이빙 선수 토마스 데일리가 경기장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토마스 데일리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영국의 다이빙 선수 토마스 데일리가 경기장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토마스 데일리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올림픽 경기 직전 극도의 긴장감을 경험하는 운동선수들도 이런 방법을 동원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국의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토마스 데일리는 경기 시작 전 뜨개질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뜨개질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핀란드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 안티 코스키넨(왼쪽)이 출발선에 서 있는 선수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NBC화면 캡처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핀란드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 안티 코스키넨(왼쪽)이 출발선에 서 있는 선수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NBC화면 캡처
2018년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핀란드 국가대표팀도 경기 전후로 뜨개질하는 모습이 다수 포착돼 관심을 받았다. 핀란드에는 뜨개질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의미인 ‘네올루시(Neuloosi)’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신경증(neurosis)과 핀란드어 뜨개질(neuloa)의 합성어다. 핀란드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 안티 코스키넨은 자신이 지도한 선수가 출발선에 서 있는 상황에서도 손에 실과 바늘을 쥐고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심리상담사가 뜨개질이 선수단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추천했다”고 했다.
시험 시작 10분 전 꿀팁
시험 시작 직전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될만한 실험이 있다. 2011년 1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시카고대 심리학과 시안 레아 베일록 박사팀의 연구로, 시험 때문에 불안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보인 차이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동안 배운 적 없는 어려운 수학 시험을 보게 해 이들의 평상시 실력을 체크했다. 이후 두 번째로 다시 실시되는 수학 시험을 앞두고, 시험 성적에 따른 보상과 처벌에 관해 설명했다. 시험을 잘 보면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시험을 못 보면 친구들이 실망할 것이고, 시험을 보는 장면을 녹화해 교수와 친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러면서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시험 시작 10분 전에 불안한 감정을 글로 적어보게 시켰고, 다른 한 그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했다.

시안 레아 베일록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시험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글쓰기로 표현하게 되면 감정적인 소모를 줄이고,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게 돼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다. 사이언스지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안 레아 베일록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시험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글쓰기로 표현하게 되면 감정적인 소모를 줄이고,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게 돼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다. 사이언스지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 결과 불안한 감정을 글쓰기로 표현한 그룹의 성적은 평균 5% 정도 향상됐다. 반면 그냥 시험을 치른 그룹은 성적이 평균 12% 정도 떨어졌다. 베일록 박사는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 수행된 쓰기 과제는 특히 시험 응시에 대해 습관적으로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크게 향상시켰다”며 “큰 부담이 되는 시험을 보기 전에 걱정거리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시험 점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정리하는 글쓰기 행위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게 됐고, 결과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시험 당일 긴장 낮추는 약물 복용은 피해야
막판에 어려운 문제 풀이에 도전하기보단 그동안 공부해 왔던 것들을 복습하거나, 자신 있는 과목 위주로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붙으면서 불안감이 낮아질 수 있다.

또 시험 당일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청심환이나 신경 안정제 계열의 약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평소 안 먹던 약을 복용하면 개인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날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를 먹는 것도 금물이다. 오 교수는 “떨린다고 약을 복용하면 긴장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정작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수면제는 더욱 피해야 한다”며 “약물에 의지하기 보다는 시험 며칠 전부터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를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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