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쏟아진 포격에 부상당한 18개월 아기를 품에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오는 뉴스를 봤습니다. 5년 전 어린 아들을 하늘로 보냈던 내가 떠올라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 작가 전병삼(45)이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제작한 작품 ‘리드림(REDREAM)’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10일 선보인 ‘리드림’은 전 작가가 8개월간 작업한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다. 가로 11cm 세로 11cm의 붉은 정사각형 소형 작품 5401점이다. 소형 작품의 개수이기도 한 ‘5401’은 러시아 침공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5401명)를 의미한다.
붉은 양귀비꽃과 우크라이나인을 위로하는 글귀가 인쇄된 작품. 가로 10cm, 세로 4cm의 붉은 양귀비 꽃 사진이 인쇄된 종이 108장이 소형 작품 하나마다 각각 들어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양귀비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꽃’이라고 한다. 양귀비가 그려진 이 사진에는 ‘나의 마음이 항상 당신과 함께 합니다(MY HEART IS ALWAYS WITH YOU)’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전 작가는 당초 이번 작품을 자비로 제작하려 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600여 명의 시민이 후원하거나 작업 현장에서 직접 전 작가를 도왔다. 이날 프리뷰 전시를 진행한 전 작가는 2t 가량 되는 작품을 갖고 25일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로 이동해 공식 전시와 기자회견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엔 관련 기관에 작품 전체를 기증할 예정이다. 전 작가는 “전쟁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우크라이나인에게 선물할 이 작품은 제작에 동참한 사람들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그들과 함께 한다는 ‘인류애’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10일 열린 전시회에서 전병삼 작가와 우크라이나인을 추모하는 설치 작품 ‘리드림’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전 작가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활용한 대형 미술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이발소 회전간판 200대를 연결한 ‘BARBERSHOP WONDERLAND’와 강풍을 날리는 선풍기 100대를 설치한 ‘THE MEN WITH FIVE TONGUE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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