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교도소 담장 속 인문학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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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대학/대니얼 카포위츠 지음·장상미 옮김/340쪽·1만8000원·유유

미국에는 교도소에 대학이 있다. 바깥에 있는 대학이 운영하는 ‘출장 캠퍼스’쯤 된다. 실제로 학점도 따고 학위를 취득하기도 한다. 재소자에게 왜 대학 교육을 한다는 걸까. 뉴욕 북부에 소재한 바드칼리지의 ‘바드교도소사업단’ 교수인 저자가 그 사정을 들려준다.

종합대학이 연구 중심이라면 바드칼리지는 강의 중심인 학교다.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적고,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토론에 방점을 둔다. 문학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대신 구체적인 직업 교육은 하지 않는다. 재소자 대상 강의 또한 뭘 하며 먹고살지를 다루지 않는다. 절실한 마음으로 지원했다는 한 재소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찾고 싶었다고 한다.

교도소를 흔히 교정(矯正)기관이라 부른다.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바드교도소사업단은 교육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 문제는 미국 교도소의 현실이다. 재소자 대다수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고, 그로 인해 인종 차별이 더 심각하게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학문을 가르칠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 흔히 쓰는 비용과 편익 분석의 관점에서 보면, 교도소 대학은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지난 15년 동안 교도소 대학을 다닌 재소자들의 재범률은 4%, 학위를 취득한 경우엔 2%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교도소에서 법과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특히 인문학이 교도소 대학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을 배움으로써 재소자들은 “새로운 대결, 새로운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게 헌법이든 고전문학이든 글과 대결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 이것이 바로 재소자들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길이다.

2004년 바드교도소사업단이 처음으로 치렀던 졸업식 에피소드가 무척 인상적이다. 대학 관계자와 관련 공무원의 평가를 앞두고 걱정에 휩싸였던 저자는 교수와 학생이 좀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특히 졸업식 연설을 맡은 재소자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들은 자신의 피부색과 종교에 대한 자부심, 대학에서 배운 새로운 교양, 통제에 대한 저항 중에서 무엇으로 자기를 표현할지 고뇌한다.

실제 졸업식에서 두 재소자가 한 연설이 비교된다. 한 학생은 ‘번데기가 나비가 됐다’는 다소 상투적인 연설로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다른 재소자는 섬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지만 내용이 어려워 청중 반응이 미지근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두 번째 졸업생에게 감동한다. 널리 이해받진 못했어도 진솔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졸업생은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진짜 고민했던 부분은 아예 들어내 버렸던 것이다.

졸업식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큰 보람을 느끼지만 슬픔도 찾아왔다. 행사를 마친 뒤 재소자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다시 교도소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교도소 대학은 그들에게 무엇을 전해줬을까. 최근 한국도 교정시설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도소#인문학#학위#재소자#고찰#재범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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