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김종덕, KLPGA-KPGA 상금왕 등극
65세 최고령 챔피언 랑거 최다승 눈앞
수십 년 근력 운동 통해 근 감소증 예방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꾸준한 실천 중요
지속적인 근력운동은 건강 수명 연장에 필수로 여겨진다. 근육량 감소는 40세 이후에 시작되며 50세 이후부터는 1년에 하지 근육량이 1~2%, 근력이 1.5~5.% 감소한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는 “80세에는 총 근육량의 40~60%를 잃는다”고 말했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생애 주기별로 근육량과 근력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박재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은 단순히 힘을 쓰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보행, 일상생활, 자세 유지 등 모든 활동에 필요하며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뇨병의 발생을 막고,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근육량이 늘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혈액 순환이 증가해 고지혈증도 피할 수 있다. 근력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는 데 인지기능, 지방분해, 골다공증, 식욕조절, 면역에 걸쳐 전신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희망 드리고 싶어요.”
김선미(49)는 4일 종료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스투어(40세 이상 출전)에서 2승을 거두며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7일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는 50세 이상이 나서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역대 최다승 기록(45회)에도 1승차로 다가섰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9일에는 김종덕(61)이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 한국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하며 마지막 날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우승해 상금왕 2연패까지 달성했다.
아들이 올해 군에서 제대한 김선미는 “60세까지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아프지 않는 게 핸디다 오히려 체력은 어렸을 때보다 좋아진 거 같다”고 말했다. 손자 3명을 둔 할아버지인 김종덕은 “고참 골퍼들도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주고 싶다.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랑거는 “내 우승이 50, 60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아직 뛰어난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런지, 플랭크, 스쾃으로 신체 균형
세월을 거스르는 듯한 세 선수 모두 오랜 세월 코어(척추, 골반, 고관절) 근육 단련에 집중한 걸 장수의 비결로 꼽았다. 코어 근육은 상·하체를 연결하는 동시에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코어 근육이 발달하면 척추질환과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 초보자인 경우 기구 없이 자기 체중을 이용하는 근력 운동을 권한다.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 런지, 스쾃, 플랭크, 팔굽혀 펴기 등이 대표적이다.
김선미는 무릎을 90도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런지를 매일 30번 씩 3세트 하고 있다. 런지 자세를 취하려면 한쪽 발은 앞으로, 반대쪽 발은 뒤로 뺀 다음 무릎을 구부리면 된다. 이 때 앞발은 무릎의 각도가 90도가 되도록 구부리고 뒷발을 무릎이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구부리면 된다. 런지는 많은 운동에 필수 동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특히 골프는 하체가 잘 받쳐줘야 스윙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므로 꼭 필요하다.
김선미는 “나이 먹을수록 근력, 유연성, 민첩성이 둔해진 것 같다. 운동 부족으로 스윙이 잘못되면 발목, 어깨, 손목, 등 통증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올해 세는 나이로 50이 된 김선미는 210m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지녔다. 정확한 아이언 샷도 장점이다. 김선미는 “간결하게 스윙하면서 과도한 체중이동을 피해야 한다. 임팩트가 한 부분이 아닌 공 앞 30cm 정도까지의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길게 가져가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힘의 분산이 덜 되고 몸의 축이 흔들리지 않게 돼 정타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랑거는 코어 근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플랭크(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 신봉자다. 플랭크 기본 자세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두 손을 어깨너비로 벌려 바닥을 집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상체만 일어나서는 안 되고 몸이 전체적으로 일직선이 되도록 일으켜야 한다.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거나 위로 올라와서는 안된다.
랑거는 “플랭크 자세에서 시작해 팔과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려 30초 동안 유지한 뒤 다른 쪽으로 전환한다. 균형감이 향상되고 허리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랑거처럼 65세 나이에 정자세로 프랭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코어근육과 밸런스 능력이 젊은 사람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972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랑거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60대 중반에도 250m에 이른다. 탄탄한 코어 근육을 앞세운 몸통 스윙을 중시하는 김종덕 역시 티샷을 250m 넘게 보낸다.
김종덕은 10㎏ 덤벨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을 4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매일 3분 정도 코어 운동을 하면 허리와 골반, 엉덩이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김종덕은 “양손으로 아령을 들고 스윙하듯이 좌향좌 우향우 동작을 반복하면 신체 밸런스가 잘 잡히고 전체적인 근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계단 걷기 등 일상에서 근육 자극
코어 근육은 거창한 웨이트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충분히 근력을 기를 수 있다. 박재현 교수는 “인간이 독립생활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걷기다. 걷기 위해서는 인체에서 가장 많은 근육이 위치하는 하지 근력(엉덩이, 허버지, 종아리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체 근력 강화를 위해 일상에서 계단을 걷는다거나 양치를 하며 까치발을 드는 종아리 운동을 하는 식으로 자주 근육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1주일에 두 번, 15~20분 정도의 근력 운동은 체력 향상과 균형잡힌 몸매를 있을 정도의 근육 자극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릎 관절염이 있거나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 있는 경우라면 증상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선미 역시 집에서 스쾃도 자주 하고 있다.
스쾃의 가장 기본자세는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가슴 앞부분에 오도록 둔 뒤 마치 의자에 앉듯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엉덩이는 뒤로 빼고 가슴은 구부러지지 않도록 세우는 동작이다. 폼롤러를 활용한 스트레칭과 저녁 식사 후 4㎞ 걷기도 늘 빼놓지 않는 김선미의 하루 일과다
김종덕은 덤벨과 고무줄(밴드)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긴다. “덤벨은 헬스클럽에서뿐 아니라 집에서 TV를 보면서 하기도 하고, 골프 대회 기간에는 호텔 방에서도 들어요. 한 번에 10~12회 3세트 정도를 합니다. 근력 강화를 위한 고무줄 당기기도 자주 하고요.”
서경묵 서울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장은 “노년층은 저강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안하면 근육 자체가 저절로 빠지는 속도가 빨라져 근력과 지구력이 빨리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 센터장은 “자기 나이만큼 아침저녁으로 팔굽혀 펴기, 스쾃 천천히 하기, 프랭크 자세로 30초 씩 버티기, 마무리 스트레칭을 꾸준히 실천하면 좋다”고 권했다.
●부상을 극복한 노장 투혼
키가 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구 선수를 한 김선미는 구타가 일상화된 단체 운동을 견디지 못해 고교 시절 배구 코트를 떠나야 했다. 우연찮게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20대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26세 결혼한 뒤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골프채를 잠시 내려놓았던 그는 30세 KLPGA 정회원 자격증을 따다. 생계를 위해 서울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하루 25명까지 가르치느라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기도 했다.
김종덕은 20대 초반에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를 다쳤지만 오랜 세월 덤벨과 인연을 지킨 덕분에 부상을 모르고 장타의 원동력도 된다고 했다.
랑거는 19세 때 군 복무를 하다 척추 골절과 디스크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 후 50년 넘는 골프 선수 경력 동안 근력과 유연성 강화를 위해 매일 피트니스 운동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키 174㎝인 랑거의 체중은 반세기 넘도록 줄곧 72㎏을 유지하고 있다.
김종덕과 랑거는 부상 전력에 따라 일찍부터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부드러운 스윙을 지녔다. 허리, 어깨, 엉덩이 등의 관절을 많이 쓰지 않고 몸통 전체를 간결하게 회전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스윙 교정을 시도하고 있다. 골프 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서다.
랑거는 일반적인 퍼터보다 10인치(25.4㎝) 이상 긴 45인치(약 114.3㎝)에 이르는 롱 퍼터가 트레이드마크다. 마치 빗자루를 쓸듯 왼손을 명치에 대고 오른손은 샤프트 중간부분 그립을 잡고 퍼트를 한다. 20년 가까이 ‘빗자루 퍼터’를 쓰며 퍼트의 달인이 됐다. 서경묵 센터장은 “랑거는 구부린 자세로 퍼터를 집게 그립으로 잡다가 긴 퍼터를 사용한 것은 당시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김선미, 김종덕, 랑거. 성별, 나이, 뛰는 무대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지 모른다. 기본에 충실하며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업적이다. 나무도 뿌리가 깊어야 오래간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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