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강익중 작가 개인전 ‘달이 뜬다’
갤러리현대 신관-두가헌서 내달 11일까지
어린이들과 작업 ‘광화문 아리랑’展도
갤러리 1층 벽에 내걸린 ‘달항아리’(2018∼2022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달처럼 떠오른 달항아리의 반쪽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다. 18년 전부터 달항아리를 그려 온 강익중 작가(62)의 신작 ‘달이 뜬다’는 회화 작품이지만 매끄러운 표면이 도자기 같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강 작가가 12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과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개인전 ‘달이 뜬다’가 동시에 진행된다.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유쾌함과 진지함의 향연이다. 특히 설치작 ‘내가 아는 것’ 연작(2003∼2022년)에선 그의 삶에 대한 지혜가 엿보인다. 색색의 알파벳, 한글, 달항아리가 그려진 수백 개의 3인치 나무 패널이 전시장 두 벽면을 촘촘히 채웠다. 멀리서 이를 보면 패널에 쓴 글자들이 단어를 만들고 뜻을 이루는 문장이 된다. 이 문장들은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 우리가 모여 세계를 이룬다”는 그의 세계관인 ‘연결’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섭리에 대한 강 작가의 철학이 특히 돋보인다. 전시장 1층에 놓인 신작 회화 ‘달이 뜬다’ 연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지러지는 달과 달 무지개를 형상화했다. 강 작가는 달 무지개를 본 순간을 회상하며 “달 무지개를 기록하고 싶어 잠깐 한눈판 사이 금세 사라졌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그냥 바라보고 느끼면 될 것을. 그걸 담으려고, 잡으려고 했다”며 아쉬워했다.
‘달이 뜬다’ 드로잉 연작은 화면 여백과 획의 비중을 6 대 4로 채우는 동양화의 기본 법칙을 따르면서 달항아리 그림 안에 먹과 오일스틱으로 산과 들, 사람, 동물을 그려 넣었다. 강 작가는 “다른 존재와의 연결을 추구하는 예술관을 ‘달이 뜬다’ 연작에 담았다”며 “달항아리 안에 자연과 동물, 인간 등을 한데 어울러 놓은 것처럼 작품을 통해 세상을 잇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물을 하나로 연결하고 응집하려는 예술가의 다음 꿈은 무엇일까. 그는 “임진강에 남북한 어린이들과 실향민의 그림을 모아 남과 북을 잇는 꿈의 다리를 만들고 싶다”고 오랜 소원을 밝혔다.
1994년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그를 아꼈던 백남준과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을 열고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최근 전시보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주력해왔다. 2020년 23개국 어린이 1만2000명과 함께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한글과 도자기 형상을 활용한 설치작품 ‘광화문 아리랑’을 작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선 강 작가가 12년간 세계 곳곳에서 공개한 대형 공공프로젝트의 스케치와 아카이브, 자작시도 볼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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