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 복귀… ‘스위니 토드’ 러빗부인役 전미도
드라마 ‘슬의생’ 으로 큰 인기… “채송화와 정반대 이미지 보여줄것”
초등 3학년때부터 배우 꿈꿔… “장민호 롤모델, 80세까지 연기 목표”
2006년 데뷔 10여년 무대서 활약… “무대서 커보인다는 칭찬 기분 최고”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따뜻하고 실력 있는 신경외과 의사 채송화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전미도(40)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인육파이를 만들어 파는 무시무시한 여성으로 변신한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통해 4년 만에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러빗 부인)으로 돌아온 그를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그 나이가 아니면 못 하는 역할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익어가는 역할이 있는데 ‘러빗 부인’은 후자에 가깝다”고 했다.
197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스위니 토드’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 아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이발사 벤저민 바커는 아내와 딸을 빼앗고 누명을 씌워 자신을 추방시킨 터빈 판사(김대종 박인배)에게 복수하고자 스위니 토드(강필석 신성록 이규형)로 변신한다. 러빗 부인(전미도 김지현 린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복수를 돕는 인물이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잖아요. 예전엔 러빗 부인의 행동을 블랙코미디로만 생각했어요. 이젠 여자 홀로 힘겹게 살다가 흠모하는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그녀의 욕망이 현실적으로 이해되더라고요.”
러빗 부인은 극 중 어느 인물보다 목적이 뚜렷하고 욕망이 강한 캐릭터다. 스위니 토드와 사랑을 이루고 장사로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해외 여러 프로덕션에서 억척스럽고 우악스러운 이미지의 배우가 많이 연기했던 캐릭터다.
“채송화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물론 저도 러빗 부인과 닮은 점이 있어요.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욕망에 대해선 꽤 집요한 편이거든요.(웃음)”
‘스위니 토드’는 미국 출신 음악가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의 기괴하고 독특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음정과 박자가 나아가는 패턴이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곡은 직접 노래를 부르며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겐 악명이 높다.
“박자가 많이 쪼개지고, 맞는지 틀린지 애매한 음정도 많죠. 근데 여러 번 듣다 보면 그렇게 쓴 이유를 알게 돼요. 인물의 정서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고 할까. 들을 때마다 새로운 뉘앙스를 찾는 재미가 있어요. (곡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 넘버도 다 외워서 부를 정도로요.”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전미도는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2006년)로 데뷔해 10여 년간 주로 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2008년), ‘메피스토’(2014년), 뮤지컬 ‘영웅’(2009년), ‘닥터 지바고’(2012년) ‘원스’(2014년), ‘맨 오브 라만차’(2015년), ‘어쩌면 해피엔딩’(〃) 등에서 탄탄한 연기로 신뢰를 쌓았다.
“대극장에 서기엔 키도 크지 않고 얼굴도 작은 편이에요. 굽 높은 신발을 신어보기도 했는데 신체적 한계는 극복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 대신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무대에서 커 보인다는 칭찬을 들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를 꿈꿨던 그에겐 목표가 있다. 80세까지 연기하는 것이다. 2011년 연극 ‘3월의 눈’에서 배우 장민호(1924∼2012)의 연기를 본 후에 생긴 목표다.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장민호 선생님은 배우 같지 않고 시골에 살고 계신, 극 중 할아버지 그 자체 같았어요. 무대배우가 가진 특유의 화술, 발성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하셨죠. 저도 (배우로서) 그 지점을 향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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