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은 93대 1이었다. 11년이 지난 올해 그 비율은 29.2대 1이 됐다.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 경쟁률 역시 42.7대 1로 4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청년들은 더 이상 공무원을 선망하지 않는다. 2009년부터 10년간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이었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대기업으로 바뀌었다. 국가기관은 공기업에도 밀려 3위로 떨어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공무원 세대’로 불렸던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온 걸까.
2018년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웨일북)를 펴낸 저자는 4년 만에 벌어진 변화의 원인을 부당함에서 찾는다. 한국행정원에서 발표한 2021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 중 느끼는 성취감을 측정하는 직무만족도 조사에서 재직한 지 5년 미만인 공무원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청년들은 돈이 적거나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의전과 복종을 강요하는 공직사회에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단 공무원 사회뿐일까. 조직생활과 각종 정책에서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부당한 ‘반칙’ 사례들은 다양하다. 청년 세대가 업무 역량이 아닌 근속 연차로 연봉을 책정하는 호봉제에 반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왜 담배만 피고 일도 안 하는 우리 팀 상사의 월급이 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 소득 자료에 따르면 20대는 291만 원인 데 비해 50대가 676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저자는 현재의 임금체계가 청년세대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그저 골치 아프다고 여긴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청년 세대가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사회의 모습도 담아냈다. 한국처럼 호봉제를 택했던 일본 사회는 최근 개인의 업무 역량과 목표 달성도에 따라 차등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직장 내 위계질서를 강화해왔던 복잡한 호칭 체계를 없애고 ‘매니저’ ‘프로’ ‘리더’ 등 서로에게 수평적인 이름을 붙이는 추세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세대 차이와 갈등을 부각하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부당한 반칙들을 밝혔다는 데 있다. 일례로 저자는 “최소한 30분 전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기성세대를 마냥 ‘꼰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대신 기성세대야말로 오랜 시간 무상 근로를 강요받으며 부당한 반칙에 당해왔던 피해자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편 가르는 대신 ‘우리’라는 말로 이들을 묶으며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는 함께 세상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진정한 변화는 ‘부당한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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