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네바는 목소리 자체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악기다. 젊음의 순수함과 함께 마치 크림 같은 황홀함을 안겨준다.”(영국 월간 ‘오페라’)
“어떤 기악 연주가의 손가락도 레즈네바의 성대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영국 일간 가디언)
러시아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33)의 노래는 폭풍처럼 강력하고 미풍처럼 달콤하다. 현존 최고의 모차르트와 로시니, 바로크 소프라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그가 다음 달 3,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무대를 연다. 2013년부터 세계 최고의 바로크 전문 아티스트와 악단들을 소개해온 ‘한화클래식’의 열 번째 무대다.
레즈네바는 러시아에서도 변방으로 꼽히는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김치도 먹어보고 한국 옷가게에서 산 한국 스타일 옷도 입었다. 물리학자였던 아버지가 일찌감치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덕에 일곱 살 때 모스크바로 이사해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그는 스무 살 때 핀란드의 미리암 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는 등 여러 콩쿠르를 휩쓸었다. 2010년 세계적 바로크 지휘자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조반니 안토니니에게 발탁된 뒤 청순한 이미지와 깎은 듯한 기교, 유연한 음성으로 세계무대를 누벼 왔다. 음역이 넓어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를 위해 작곡된 레퍼토리 대부분을 소화한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첫 내한 무대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레즈네바는 “바로크 음악은 유연하고 자유로운 점에서 재즈를 닮았다. 노래할 때 모험을 하듯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도 재즈를 닮은 매력”이라고 말했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797년 창단된 뒤 이탈리아의 바로크 연주를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8,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와 함께 내한한 바 있다. 2008년 발매된 비발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음반이 음반 저널 디아파송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공연과 음반 양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레즈네바는 헨델 ‘알렉산드로스’ 중 ‘사랑스러운 고독이여’를 비롯해 후기 바로크의 오페라 3대장으로 불리는 헨델과 비발디, 니콜라 포르포라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배치한 비발디 ‘그리셀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는 2018년 서울시향과의 공연에서 ‘몰아치듯’ 청중을 열광시킨 노래이기도 하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비발디 ‘현과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등 기악곡들도 감상할 수 있다. 2만∼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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