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배 때 주로 선교사나 민간인이 먼저 진출한 뒤 군이 뒤따라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반면 일제는 군을 먼저 보내 침략한 뒤 민간인이 이주했어요. 식민 지배를 받는 국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신주백 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장(59)이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18일 열린 학술대회 ‘일제 지배정책 연구의 현황과 과제’에서 일제가 일본군을 앞세워 한반도 등 식민지를 지배하는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신 전 소장은 지난해 12월 출간한 ‘일본군의 한반도 침략과 일본의 제국 운영’을 통해서도 일본 침탈사(史)에서 군의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신 전 소장은 23일 인터뷰에서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1909년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벌였던 이른바 ‘남한대토벌작전’”이라고 했다. 당시 호남 내륙에 일제가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던 건 일본군이 의병 탄압을 명목으로 진행한 토벌작전을 통해 무력 진압한 뒤 일본 민간인의 대규모 이주를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일제가 청과 마찰을 빚던 간도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한일병합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며 “일제는 대만 등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침략 및 식민 지배 행위를 이어갔다”고 했다.
신 전 소장은 앞서 9월 일제의 광주항공기지 지도(1945년 8월 제작)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일본 방위성에서 발굴한 해당 지도를 연구해 광주 서구 일대에 일제의 탄약고 3개와 유류고 4개가 존재한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신 전 소장의 연구를 포함해 일본의 침탈사를 다룬 연구총서 편찬 사업을 2019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편찬위원장인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활발히 연구돼 왔으나 일제 군과 경찰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배 정책에 대한 연구가 다소 부족했다”며 “신 전 소장 등의 연구는 이런 부분을 채워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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