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 올림푸스’ 작가 스마이스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 해석
美 양대 만화상 휩쓸며 인기몰이
7개 언어로 번역… 국내서도 연재
제우스가 성대한 파티를 연 어느 날. 저승의 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감정에 치우친 하데스는 그만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예쁘다”고 실언하고….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둘이 이어지지 못하게 계략을 꾸민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친숙한 이 일화는 2018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만화 ‘로어 올림푸스’에선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웹툰에서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구애를 펼친다. 대인기피증을 앓는 하데스나 부모의 과잉보호를 벗어나려는 페르세포네란 설정도 새롭다. 평범한 남녀처럼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서사는 수준 높은 로맨스 영화 한 편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작품을 그린 이는 뉴질랜드 만화가 레이철 스마이스(36). 데뷔작인 ‘로어 올림푸스’는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등 7개 언어로 연재되며 누적 조회 수 12억 회를 넘어서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양대 만화상으로 꼽히는 ‘하비상’과 ‘아이스너상’을 휩쓸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스마이스 작가를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독자와 평단의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네요.
“감사해요. 특히 올해 상을 많이 받았네요. 모든 게 작품을 연재하며 들인 노력에 대한 ‘보너스’처럼 느껴져요.”
―고전인데 현대적 설정이 재밌습니다. 아프로디테는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에로스에게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신화를 재해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가급적 원전의 흐름을 지키면서 젊은 독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설정이나 해석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데스는 파란색으로 우울한 느낌을, 페르세포네는 핑크빛으로 발랄하게 표현했어요. 이런 고유한 색을 부여한 이유가 뭘까요.
“색이 각자의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또 여러 가지 색을 띤 캐릭터는 눈에 잘 띄고 기억에도 남잖아요. 컬러는 이 작품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마케팅 도구인 셈이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로어 올림푸스’의 성공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웹툰 관람이 늘어난 세태를 반영했다”고 분석했어요.
“맞아요. 제 작품이 화제라는 건 미국에서 웹툰이란 장르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걸 뜻한다고 봐요. 요즘 우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영화를 보고, 식사를 주문합니다. 미국 독자들에게도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가는 거죠.”
―원래 그래픽디자이너였다가 웹툰 작가가 됐다면서요.
“네. 한국의 유명한 웹툰 ‘기기괴괴’(오성대 작가)를 보고 웹툰에 빠졌어요. 네이버가 운영하는 아마추어웹툰플랫폼 ‘캔버스’에 작품을 올렸다가 정식 연재 제안을 받았습니다. 작품이 갈수록 화제를 모아 정식으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낯선 경험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신이 났어요.”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인기가 높아요.
“여러 나라에서 ‘로어 올림푸스’를 본다는 건 너무 뿌듯한 일이에요! 영어로 쓴 작품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것도 놀랍고요. 이야기가 가진 공감의 힘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은 게 아닐까요. 참고로, 제 컴퓨터 바탕화면은 한국 팬이 직접 그린 ‘로어 올림푸스’ 팬아트예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당분간 ‘로어 올림푸스’ 연재에 집중하고 싶어요. 언젠가 소설도 쓰고 싶지만, 아직 구체적인 건 없어요. 지금 제일 바라는 일은…, 일단 낮잠을 길고 오래 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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