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어서 제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음악회를 볼 기회가 없었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 음악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연주가) 그분들이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생각한 음악가의 ‘대단한 업적’은 이랬다. 그는 콩쿠르 우승 직후 “콩쿠르 우승으로 인한 관심은 3개월짜리고 그리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단한 업적은 콩쿠르에 나가서 운 좋게 1등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학교에 직접 찾아가 아무 조건 없이 연주하는 것”이라며 “저는 곧 그런 일들을 할 것이고 제가 원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윤찬과 광주시립교향악단이 함께 작업한 공연실황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를 계기로 열렸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그가 내놓은 첫 앨범이다. 수록곡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가 포함됐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듣다보니 그 때의 제 부족한 귀로는 (황제가) 화려하게만 들렸습니다. 최근 인류에게 큰 시련이 닥치면서, 매일 방 안에서 혼자 연습하며 ‘황제’를 들었습니다. 그저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베토벤이 꿈 꿨던 유토피아 혹은 베토벤이 바라본 우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공연실황을 녹음한 이번 앨범엔 임윤찬과 광주시향이 협연한 베토벤 ‘황제’ 뿐 아니라 광주시향이 연주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1910~1981)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포함됐다. 또 공연 당시 임윤찬이 앙코르곡으로 선보인 스페인의 페데리코 몸포우(1893~1987)의 ‘정원의 소녀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 ‘2개의 시곡’ 중 1번, ‘음악 수첩’도 담겼다.
임윤찬은 “솔로가 아니라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되어 자랑스럽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음악적인 부분을 채워주웠다”고 했다. 이어 “스튜디오 녹음은 자칫하면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압박 때문에 오히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게 된다. 관객과 음악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음반으로 나온다는 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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