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정반대의 방식대로 산다. 2008년부터 밀과 물, 천연발효로 얻은 균으로 천연 빵을 만드는 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해온 이야기로, 2014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를 펴낸 와타나베 이타루(51), 와타나베 마리코 부부는 이 책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후지TV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특집 다큐멘터리로 다룬 것. 책과 방송을 보고 일본 전역은 물론 한국에서 찾아온 독자들로 빵집 앞은 아침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떼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2014년 돌연 가게 문을 닫았다.
“천연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거든요. 당시 빵집에는 맥주를 만들 설비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어요. 제 노력이 깃든 가게라 애정이 깊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심했죠.”
이들이 지난해 11월 펴낸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더숲)에는 7년간 운영해온 빵집 문을 닫고, 새로운 마을에 정착해 수제맥주를 만든 이야기가 담겼다. 최근 한국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방한한 와타나베 부부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방식을 지지해주는 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할 때 우리가 만든 빵과 맥주를 사랑해주는 분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며 웃었다.
맥주 공방을 열 부지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던 이들에게 손을 내민 건 소멸 위기에 놓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일본 돗토리현 지즈초 마을에서 옛 공공 보육원 자리를 이들 부부에게 내어준 것. 이타루는 “우리는 천연 맥주와 빵을 만들 실험실을 얻었고, 마을은 우리 가게로 인해 고용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일궈온 다루마리 기업이 지즈초 마을에 불러온 변화를 담아 내년 또 다른 책을 펴낼 계획이다.
여전히 이들의 목표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다. 기존 맥주 업계에서 적대시해온 유산균을 활용해 맥주를 숙성시킨다. 30리터짜리 나무통 100개, 10리터짜리 나무통 100개 총 4000리터를 보관할 수 있는 숙성용 나무통에 맥주를 반 년 이상 묵힌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맥주를 팔 수 없기 때문에 손해 보는 셈이었지만, 이들은 돈보다 정성을 선택했다. 마리코는 “이 세상에는 느리고 비효율적일지라도 정성과 진심을 담은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방식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입니다. 누군가는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방식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경제를 살렸습니다. 우리 방식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