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버건카운티는 일요일만 되면 시내가 한적하다. 대부분의 대형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물론 빵집, 식료품점, 약국같이 필수품을 파는 가게는 문을 연다. 하지만 장난감, 옷, 프라이팬, 자동차를 사고 싶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당연히 휴업이다.
버건카운티가 일요일만 되면 조용해지는 건 ‘파란색 법(Blue Law)’ 때문이다. 이 법은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 이민자가 안식일에 충분히 휴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상공인들은 24시간 영업하는 대형 상점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법을 지지했다. 오늘날 미국 대부분의 주는 이 법을 폐지했지만, 버건카운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일요일에 쇼핑을 못 하지만 버건카운티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음식을 정성 들여 차려 먹는다. 라디오를 많이 듣고, 책을 자주 읽는다. 이웃과 수다를 떨다 낮잠을 자는 게 매주 일요일의 일상이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인생이 더 충만하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저자는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 삶은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말한다. 쓸모없는 생산과 소비 때문에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현재 시스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저자는 인간이 소비를 계속 늘린다면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인류 문명이 멸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현장을 답사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나간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작은 마을 ‘덴구이’. 수렵 채집으로 살아가는 덴구이 주민은 일주일에 평균 32시간 일한다. 이에 비해 미국인은 일주일에 직장에서 평균 31시간 일하고 22시간 가사 노동을 한다. 덴구이 주민은 미국인보다 적게 일하고 덜 소유하려 한다. 덴구이 주민은 자신들의 삶을 ‘부유함 없는 풍요’라고 부른다. 소비에서 자유로운 생활 방식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왜 현대인은 소비를 포기하지 못할까. 저자는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의 이론을 인용해 과시적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부(富)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소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베블런 효과’라는 것.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있다. 하지만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남과 비교하는 세태가 더 일하고, 더 소비하는 삶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소비를 줄이는 게 불가능할까.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에게 ‘경험’을 선사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미국 가계 지출은 20% 줄었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소비를 못 해 사람들이 불행해졌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최근엔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인 ‘디컨슈머’가 등장하고 있다. 재킷 한 벌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자원과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표시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 같은 친환경 기업을 찾는 디컨슈머가 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코로나19를 거치며 덜 사고, 덜 쓰는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구를 대체할 만한 다른 행성을 찾지 못한 인류에게 살아남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할 때가 벌써 닥친 것 아닐까.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라는 저자의 주장을 무시하기엔 마음껏 소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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