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포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제도적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플랫폼의 언론사 기사 유통 구조도 개선해야 하고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감독하는 정부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2일 열린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정치계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내 거대 포털 플랫폼이 시장의 다양한 경쟁과 발전을 해치고, 소비자들의 부담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처럼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기업분할권’(독과점 기업의 주식을 처분하거나 영업 양도를 명령하는 권한)을 줘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포털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의 정보를 활용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다. (기업분할권이 생기면) 독과점 기업들도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미국에선 포털 플랫폼을 물, 전기와 같은 공공재로 인식해 독과점을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5개 반독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는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에 방송, 영화를 시청각 분야로 함께 묶어 공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알고리즘 공개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보상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피해를 입증할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가 지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집단소송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 기사가 포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 교수는 “플랫폼에서 언론사의 기사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구조가 당장은 편리할지 몰라도, 결국 언론사들의 수익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이 품질 높은 콘텐츠를 볼 수 없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포털 플랫폼에 종속된 언론사들이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포털의 직접적인 뉴스 유통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 플랫폼을 관리할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의원은 “포털 플랫폼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포털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감독하고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플랫폼감독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주안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포털 플랫폼의 자율적 규제를 위해 만든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포털 개혁에 미온적이다”라며 “언론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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