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윤제균 감독 “정성화 캐스팅 위해…무릎까지 꿇을 생각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13시 57분


“잘 안 떠는 성격인데 8년 만에 영화를 내놓으려니까 정말 많이 떨리네요.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영화 ‘국제시장’(2014년)과 ‘해운대’(2009년)로 국내 최초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 대표 흥행 감독 윤제균은 신인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가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감독으로 나선 영화 ‘영웅’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다. ‘영웅’은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대작 중의 대작으로 꼽히는 ‘아바타: 물의 길’ 개봉 일주일 뒤인 21일 출격해 정면 대결에 나선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 당일인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아바타가 시각적으로 즐거운 영화라면 ‘영웅’은 시청각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영웅’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 CJ ENM 제공.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사살하고 1910년 3월 26일 사형 집행으로 순국하기까지 마지막 1년을 따라가는 영화다. 2009년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로 13년간 뮤지컬 속 안중근 역으로 열연 중인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윤 감독은 2012년 뮤지컬을 처음 보고 오열한 뒤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두 가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뮤지컬을 본 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 전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어 “안중근 역을 정성화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는 없었다”며 “만약 정성화 씨가 안 한다고 했으면 집에 찾아가 무릎을 꿇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1909년 3월 대설원이 펼쳐진 러시아 연추 에서 동지들과 손가락을 자르며 피로 ‘대한독립’의 각오를 다지는 ‘단지동맹(斷指同盟)’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주인공들의 비장한 노래, 연기로 도입부부터 휘몰아치며 관객을 ‘영웅’의 세계로 이끈다.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정성화)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이휘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선 장면. CJ ENM 제공.

몰입을 이끄는 일등 공신은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한 생생한 사운드의 노래들. 영화 속 노래 중 70%가 현장 라이브다. 윤 감독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라이브 녹음을 결정했는데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며 웃었다. 그는 “촬영 내내 ‘후시 녹음을 할걸’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며 “배우들이 롱테이크로 현장에서 한 곡을 다 불러야 하는데 연기 노래 모두가 완벽해야 하고 소음도 들어가면 안 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안중근 사형 집행 장면에서 정성화가 부르는 ‘장부가’는 재촬영을 포함해 30번 넘게 촬영했다. 윤 감독은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테이크가 계속 반복되면 탈진하고 ‘왜 오케이를 내지 않느냐’며 짜증을 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무릎을 많이 꿇었다”며 웃었다.

이토 옆에 머물며 첩보원 역할을 하는 설희(김고은)를 핀 조명으로 비추거나 수건을 카메라 렌즈에 집어 던지는 방식을 써 장면을 전환하는 등 뮤지컬 속 무대 전환을 영화적으로 해석해낸 장면 등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도 많다. 여기에 라이브로 녹음된 생생한 노래가 곁들여지는 덕분에 1만4000원을 내고 10만 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 공연을 보는 착각에 빠진다.

전작들에서 과도한 신파로 비판받기도 했던 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신파 절제에 공을 들였다. 과도하게 비장해질 조짐이 보이면 과감하게 맺고 끊는 편집으로 담백함을 더했다.

그런데도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가 사형을 앞둔 아들의 수의를 지으며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장면에선 관객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울게 된다. 윤 감독은 “뮤지컬 관람 당시 안중근과 이토 이야기보다는 안중근과 엄마 이야기가 내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며 “내가 뮤지컬을 보며 느낀 그 감정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 모두 힘든 시기잖아요.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버티는 국민이 곧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힘겹게 견뎌내고 계신 분들께 이 영화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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