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를 사랑한 여인… 삶은 불가피한 시대상황에 좌우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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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원청’ 출간 中소설가 위화 방한
“20세기 역사적 혼란 작품에 녹여”
시진핑 연임-백지시위엔 즉답 피해

중국 소설가 위화가 1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웃고 있다. 그는 “우리는 20세기 초 환란을 겪은 인물들과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같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중국 소설가 위화가 1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웃고 있다. 그는 “우리는 20세기 초 환란을 겪은 인물들과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같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소설 ‘원청’에서 샤오메이라는 여성은 작품의 ‘심장 박동’과 같은 인물이에요. 20세기 초 역사적 혼란 속에서 비극에 휩쓸린 두 남성을 동시에 사랑한 그의 운명을 독자들이 잊지 말길 바랍니다.”

모옌,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소설가 위화(62)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한국에 온 건 2017년 이후 5년 만으로, 한 방송사에서 특별강연을 한다. 서울 중구의 한 모임공간에서 15일 만난 위화는 “13일 입국하니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렸다”며 “오자마자 제일 좋아하는 삼계탕을 먹었다”며 웃었다.

‘원청’은 위화가 ‘제7일’ 이후 8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로 2일 국내에 출간됐다. 북쪽에 살던 린샹푸가 아이를 낳은 뒤 자취를 감춘 부인 샤오메이를 찾아 남쪽 도시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는 “1998년에 처음 구상한 작품이다. 그때부터 쓰긴 했는데 안 써지면 다른 작품으로 옮겨갔다”며 “저의 글쓰기는 죽도록 뛰어서 겨우 1점을 내는 축구 같다”고 했다.

원청 전반부는 린샹푸의 시각에서 그렸지만, 후반부는 같은 사건을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여성을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줄곧 남성이 주인공이었던 전작들과 차별화된다.

“동시에 두 남성을 사랑하고, 자신이 낳은 아기를 떠난 건 샤오메이가 처한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어요. 삶은 개인의 의지도 작용하지만,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에 좌우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입니다. 아내한테 보여주며 고쳐 쓰기를 반복했죠. ‘아, 내가 샤오메이란 캐릭터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낀 뒤에야 출간했습니다.”

원청의 배경은 1900년대 초 청나라가 저물던 시기. 위화는 이 시대를 조명한 작품을 처음 썼다. 그는 “20세기 중국의 역사적 사건을 작품에 한 번씩 녹여내고 싶었다”며 “원청을 통해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셈”이라고 했다.

“제 소설들은 시대만 다를 뿐 추구하는 본질은 하나예요. 바로 인간다움입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이 지닌 연민과 동정은 동물과 구별되는 특성이에요. 선량한 가치를 품은 인물을 통해 진정한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위화는 최근 중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는 데 신중을 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에 대해 “시 주석은 연임을 안 하더라도 여전히 중국을 지배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거진 ‘백지시위’에 대해서도 “팬데믹으로 중국도 경제적 타격이 심하다”며 “중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으로서는 알기가 어렵다”고만 했다.

“어떤 사안이든 시간이 필요합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은 지나야 쓸 수 있겠죠. 저는 문학 덕분에 삶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현실 세계는 좁고 한계가 있지만 문학이 지닌 허구의 세계는 무한하게 확장되니까요. 독자들이 제 작품 중 한 구절을 기억해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중국 소설가#위화#원청#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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