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몇 주가 될지 모를 오랜 시간 동안 단 하나뿐인 풍경이 보이는 집에서 격리될 텐데 지구 반대편에서 보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극심했던 2020년, 벨기에 그래픽디자이너 겸 사진작가인 엮은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그해 3월 22일 페이스북에 그룹 ‘나의 창밖 풍경’을 개설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저녁 풍경 사진을 올렸다. 약 한 달 뒤, 이 그룹엔 무려 20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100여 개 지역에서 올린 약 20만 개의 풍경 사진이 한데 모였다.
‘당신의…’는 이들 게시물 가운데 258점을 골라 모은 사진집이다.
언뜻 보면 딱히 특별하지 않은 바깥 풍경을 찍었을 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함께 겪은 지구인이라면 이 사진들은 마냥 단순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불빛을 밝혀놓은 고층빌딩, 인간이 보이지 않자 집 근처까지 찾아온 야생동물처럼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누군가는 사진집을 “역사적인 한 시기에 대한 순간포착”이라 불렀다.
인류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팬데믹은 그간 쉽게 지나쳐왔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어떤 이는 창밖으로 보이는 앞집을 찍으며 항암치료를 받은 이웃 아주머니의 건강을 빌었다. 또 다른 이는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거리가 공허할 정도로 텅 빈 걸 보며 가끔씩 들려오는 짧은 소음이 위안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은 변해버렸다. 하지만 어쩌면 이 사진들처럼 그 변화는 또 다른 의미를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당신의 창밖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풍경은 우리에게 우리가 지금 갈 수 없는 곳을 보여주고, 같은 것을 아주 다르게 보는 시각을 공유한다”는 엮은이의 말은 참 오랫동안 곱씹게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