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서로의 안위를 묻다…“당신의 창밖은 안녕한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6일 10시 49분


당신의 창밖은 안녕한가요
바르바라 뒤리오 엮음·이주민 옮김
400쪽·4만2000원·클

“우리는 몇 주가 될지 모를 오랜 시간 동안 단 하나뿐인 풍경이 보이는 집에서 격리될 텐데 지구 반대편에서 보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바르바라 뒤리오가 찍은 작업실 사진. 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극심했던 2020년, 벨기에 그래픽디자이너 겸 사진작가인 엮은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그해 3월 22일 페이스북에 그룹 ‘나의 창밖 풍경’을 개설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저녁 풍경 사진을 올렸다. 약 한 달 뒤, 이 그룹엔 무려 20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100여 개 지역에서 올린 약 20만 개의 풍경 사진이 한데 모였다.

미국 펜실베니아 슈웽크스빌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질 모리는 창문에 수업 시간표와 학생들에 대한 메모를 붙여놓았다. 팬데믹 기간에 화상수업을 해야했던 그는 “영상으로라도 귀여운 아이들 얼굴과 앞니 빠진 미소를 보는 건 하루의 햇살과도 같았다‘고 했다. 클 제공

다이앤 주엑이 찍은 미국 워싱턴 풍경. 주엑은 팬데믹 기간에 세상을 떠난 반려견 홀리를 집 마당에 묻었는데, 홀리의 무덤에 사슴과 토끼 등 야생동물들이 자주 찾아왔다. 그는 “집에 머물게 돼 홀리와 마지막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클 제공

‘당신의…’는 이들 게시물 가운데 258점을 골라 모은 사진집이다.

언뜻 보면 딱히 특별하지 않은 바깥 풍경을 찍었을 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함께 겪은 지구인이라면 이 사진들은 마냥 단순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불빛을 밝혀놓은 고층빌딩, 인간이 보이지 않자 집 근처까지 찾아온 야생동물처럼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스티븐 J. 휫필드가 찍은 이집트 카이로 풍경. 그는 팬더믹을 겪으며 2008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과거를 떠올렸다. “행복해지려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로 근무하며 “세상엔 감사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클 제공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누군가는 사진집을 “역사적인 한 시기에 대한 순간포착”이라 불렀다.

인류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팬데믹은 그간 쉽게 지나쳐왔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어떤 이는 창밖으로 보이는 앞집을 찍으며 항암치료를 받은 이웃 아주머니의 건강을 빌었다. 또 다른 이는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거리가 공허할 정도로 텅 빈 걸 보며 가끔씩 들려오는 짧은 소음이 위안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인 테리 슈워츠는 장인과 장모가 머무는 캔자스주 양로원 앞에 두 사람의 결혼 7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설치했다. 당시 양로원은 팬데믹으로 출입이 봉쇄됐고, 전화를 받은 장인과 장모는 창밖으로 이 풍경을 보며 기뻐했다. 클 제공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은 변해버렸다. 하지만 어쩌면 이 사진들처럼 그 변화는 또 다른 의미를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당신의 창밖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풍경은 우리에게 우리가 지금 갈 수 없는 곳을 보여주고, 같은 것을 아주 다르게 보는 시각을 공유한다”는 엮은이의 말은 참 오랫동안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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