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법은 어떻게 세계에 질서를 만들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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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문명의 지도/퍼난다 피리 지음·이영호 옮김/640쪽·4만 원·아르떼

“다른 사람의 눈을 빠지게 하면, 그의 눈도 뽑힐 것이다.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면, 그의 뼈도 부러질 것이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유대교 율법의 한 구절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통치자였던 함무라비의 법전을 연상시킨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함무라비 법전의 설형문자를 이해할 수 없었고, 시기적으로 최소 수백 년 차이가 나지만 두 법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법인류학 교수이자 법사회학연구센터 소장인 저자는 메소포타미아의 법부터 현대 국제법까지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를 다뤘다. 법학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10년간 협업한 ‘옥스퍼드 리걸리즘’ 프로젝트가 바탕이 됐다.

‘법, 문명의 지도’는 1부 질서의 비전, 2부 문명의 약속, 3부 세계의 질서로 구성돼 있다. 책 제목처럼 법의 체계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방대한 분량에 담았다. 법치(法治)가 서구 근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 존재했음을 제시했다.

저자는 결론을 통해 “문제는 법이 선을 위한 힘인지 악을 위한 힘인지가 아니다”라며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 중 누군가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법의 약속과 잠재력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느냐다”라고 했다.

#법#문명의 지도#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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