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물의 귀재’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장르물은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30일 공개되는 드라마 ‘더 글로리’는 ‘도깨비’(2016∼2017년), ‘미스터 션샤인’(2018년), ‘태양의 후예’(2016년) 등을 쓴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사진)가 내놓은 복수극이다.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이 일생을 걸고 준비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송혜교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데뷔작으로, 드라마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만든 안길호 감독이 연출했다. 총 16부작으로, 1부와 2부로 나눠 선보인다. 2부는 내년 3월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20일 열린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김 작가는 “고등학생 딸을 둔 제게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는 가까운 화두였다”며 “어느 날 딸이 ‘엄마는 내가 누군가를 죽도록 때리는 것과 누군가에게 죽도록 맞는 것 중에 뭐가 더 가슴 아플 것 같아’라고 질문했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졌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안 감독과 배우 송혜교 이도현 염혜란 정성일이 참석했다.
끔찍한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사는 피해자 동은 역을 맡은 송혜교는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로 큰 상처를 받은 인물이지만, 그 후 오랜 시간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기에 불쌍하기보다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멜로 퀸’이라 불리는 송혜교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장르물에 도전한다. 그는 “항상 이런 장르와 캐릭터에 배고팠는데 드디어 만났다”고 했다. 안 감독도 “처음부터 송혜교를 염두에 뒀다”며 “강하고 연약한 느낌을 모두 갖고 있는 흔치 않은 배우”라고 말했다.
극은 동은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그의 복수극에 휘말리는 캐릭터에도 이입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주여정(이도현)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성형외과 의사 여정은 동은의 복수극에 동참하면서 스스로 상처를 이겨낸다. 이도현은 “여정은 소탈해 보이지만 이면을 지닌 인물이다. 그 불분명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드라마는 19세 이상 관람가다. 김 작가는 “19금을 단 이유는 욕설도 등장하고 학교폭력 내용도 굉장하지만 사법체계 안에서의 복수가 아니라 사적 복수를 선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 역시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니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료 조사를 해보니 피해자들은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어요. 저는 ‘사과로 얻어지는 게 뭘까’ 고민했는데,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거였어요. 학교폭력은 인간의 존엄, 명예, 영광을 잃게 해요. ‘그걸 되찾는 게 시작이구나, 원점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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