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눈 떠보니 톱스타서 무명배우로… 유머-감동 다 잡은 영화 ‘스위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2일 11시 16분


영화 ‘스위치’에서 톱스타였다가 하루아침에 매니저로 인생이 바뀐 박강(권상우·왼쪽)과 박강의 매니저였다가 톱스타로 인생이 바뀐 조윤(오정세·오른쪽).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년에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 ‘스위치’는 별다른 기대를 안 하게 만드는 영화다. 톱스타와 그에게 헌신하는 매니저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주인공들 직업만 달리해 여러 영화에서 활용된 설정. 다른 인생을 살아본 뒤 그간 잊고 살던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새사람이 된다는 결말까지 쭉 예상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예상 밖에 상영 시간 대부분을 넋 놓고 웃게 된다. 마지막엔 가슴이 뭉클해지고 꽤 만족하며 상영관을 나오게 된다. 공감을 끌어내는 일상의 디테일과 현실 냄새 풀풀 나는 대사, 권상우 오정세 이민정 등 베테랑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연기가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재포장해놓기 때문. 다 아는 내용도 변주하기에 따라 큰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영화다.

10년 전 무명 연극배우였다가 천만 배우로 등극한 박강(권상우)과 그의 절친이자 매니저 조윤(오정세)이 주인공. 박강은 톱스타가 된 뒤 갑질을 일삼고 돈밖에 모르는 등 안하무인이다. 그런 두 사람의 인생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술에 취한 박강이 택시 안에서 잠이 들면서 바뀐다. 박강이 눈을 뜬 곳은 원래 살던 최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평범한 단독 주택. 그는 분명 미혼인데 눈 떠보니 쌍둥이 아들과 딸에 아내(이민정)도 있다. 박강은 재연프로그램 전문 무명 배우로 귀신 등 온갖 역할을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신세. 반대로 조윤은 감독들이 서로 출연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톱스타가 돼 있다.

이 비현실적인 설정을 가장 현실적인 일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권상우다. 그는 억지로 웃기려고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기보다 억울하고 지질한 모습, 철없는 모습을 절제된 코미디 연기로 보여주며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그는 마치 연기를 안하는 듯 연기한다. 실제 두 아이 아빠이기도 한 그는 극 중 자신에게 자녀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강한 부성애를 보이는 모습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일부 관객은 눈물을 글썽인다.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절정에 달했다고 해도 될 정도.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연출한 마대윤 감독은 “권상우 씨가 쌓아온 연기 커리어를 집대성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민정은 어느 동네에나 꼭 있을 법한 생활력 강한 평범한 아이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다. 권상우와는 최고의 부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현실 부부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듯 권상우 이민정의 ‘부부 로맨스’ 분위기가 과열되려 하면 과감히 깨부수는 연출에 여러 번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키즈카페에서 노키즈존을 찾는 장면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소소한 유머가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영화엔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크게 공감하며 웃고 울만한 장면이 많다. 가족이 소중하다는 뻔한 메시지를 유머와 감동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세련되게 전달한다. 권상우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관객들도 가족들에게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크리스마스가 시간적 배경이고 캐럴이 흘러나오는 등 연말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영화임에도 신년인 1월 4일 개봉하는 건 다소 아쉽다. 생활 밀착형으로 공감을 끌어내는 구어체 대사가 영화 막판 동화 속 문어체 대사로 바뀌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 그럼에도 영화의 유머와 감동, 메시지가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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