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톱스타와 매니저… 뻔한 설정, 찐한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3일 03시 00분


새해 한국영화 개봉 1호 ‘스위치’
넋 놓고 웃다가 마지막엔 뭉클
감독 “권상우 배우 인생 집대성”

영화 ‘스위치’에서 톱스타에서 무명 배우로 인생이 바뀐 박강(권상우·왼쪽)과 박강의 절친으로 매니저에서 톱스타가 된 조윤(오정세)이 차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위치’에서 톱스타에서 무명 배우로 인생이 바뀐 박강(권상우·왼쪽)과 박강의 절친으로 매니저에서 톱스타가 된 조윤(오정세)이 차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새해에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 ‘스위치’는 기대를 안 하게 만드는 영화다. 톱스타와 그에게 헌신하는 매니저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주인공들의 직업만 달리해 여러 영화에서 활용돼 진부한 느낌을 풍긴다. 게다가 시놉시스만 봐도 다른 인생을 살아본 뒤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새 사람이 된다는 결말까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상영 시간 대부분 관객을 넋 놓고 웃게 만든다. 마지막엔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공감을 끌어내는 일상의 디테일과 현실 냄새 풀풀 나는 대사,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연기가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재포장하기 때문이다. 다 아는 내용도 변주하기에 따라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0년 전 무명 연극배우였다가 천만 배우로 등극한 박강(권상우)과 그의 절친이자 매니저인 조윤(오정세)이 주인공이다. 박강은 톱스타가 된 뒤 갑질을 일삼고 돈밖에 모르는 등 안하무인이다. 그런 두 사람의 인생이 크리스마스이브 날 뒤바뀐다. 이날 택시 안에서 잠든 박강이 눈을 뜬 곳은 원래 살던 최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평범한 단독주택. 그는 분명 미혼인데 눈 떠보니 쌍둥이 자녀에 아내(이민정)도 있다. 박강은 재연 프로그램 전문 무명 배우로 귀신 등 온갖 역할을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신세. 반대로 조윤은 감독들이 모두 탐내는 톱스타가 돼 있다.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일등 공신은 배우 권상우다. 그는 웃기려고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기보다 억울하고 지질한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주며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실제로 두 아이 아빠이기도 한 그는 극 중 자녀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부성애를 갖는 모습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일부 관객은 눈물을 글썽인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연출한 마대윤 감독은 “권상우 씨가 쌓아온 연기 커리어를 집대성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민정은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생활력 강한 평범한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다. 권상우와는 최고의 ‘부부 케미’를 보여준다. ‘현실 부부는 그렇지 않다’는 듯 ‘부부 로맨스’ 분위기가 고조될라치면 과감히 끊어내는 연출은 여러 번 폭소를 유발한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크게 공감하며 웃고 울 만한 장면이 많다. 가족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유머와 감동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스며들 듯 전한다. 권상우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들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크리스마스가 시간적 배경이고 캐럴이 흘러나오는 등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영화임에도 새해인 1월 4일 개봉하는 건 아쉽다. 맛깔 나는 구어체 대사가 영화 막판 동화 속 문어체 대사로 바뀌는 점도 조금 걸리는 대목. 그럼에도 유머와 감동, 메시지가 아쉬움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다.

#새해 한국영화 개봉 1호#스위치#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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