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떠나볼까’ 아름답고 예술적인 경기도 건축물을 찾아서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23일 14시 24분


건축물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건물이 올라간 땅이, 건물을 지은 사람의 철학이, 건물이 들어선 시간이 다르기에, 모든 건물은 각자의 히스토리를 지닌다. 어떤 미술관은 “나는 심플하다”라고 말하던 작가의 그림을 닮았고, 어떤 정자에서는 조선의 왕이 흐뭇하게 바라보던 200여년 전 풍경이 겹쳐 보인다.

직선의 미학이 돋보이는 사찰부터 최근에 지어진 공공도서관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경기도의 뛰어난 건축물을 만나본다. 건물에 깃든 옛사람들의 흔적 위에 장소를 향유하는 오늘날의 발자국이 포개지니, 경기도의 건축물은 오늘도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가는 중이다.

경기관광공사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 주말에 찾아볼 만한 도내 건축물 여행지 4곳을 소개했다.

◇장욱진 그림을 닮은 순백의 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경기관광공사 제공)/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경기관광공사 제공)/

새파란 하늘 아래 순백의 집, 동화 속 그림 같은 정경이다. 티 없이 순수하고 더없이 평화롭다. 어린아이 같은 그림을 그린 장욱진의 작품세계와 똑 닮았다. 장욱진은 박수근·이중섭·김환기와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나무·집·아이·새 등 일상적 소재를 담박하게 그리며 순수한 내면세계를 추구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건축적으로 풀어냈다. 작가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프로 한 건물은 지난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받고, 영국 BBC의 ‘위대한 8대 신설미술관’에 선정되며 수많은 매체에서 주목받았다.

지붕과 외벽을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통일한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웅숭깊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는 비정형의 건물에는 골똘히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내부는 또 어떤가. 직사각형 형태의 보통 미술관과 달리 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공간은 화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한옥의 구조를 닮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꺾어진 계단은 미술관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커다란 창 또한 아름답다. 흰 벽에 창으로 들이친 빛이 길게 내리면, 빛도 그림을 그린다.

◇공공도서관의 세련된 진화 <용인 남사도서관>

용인 남사도서관.(경기관광공사 제공)/
용인 남사도서관.(경기관광공사 제공)/
용인 처인구의 한 아파트단지 옆에 자리한 남사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세련된 진화를 보여준다. 2018년 9월에 개관한 도서관은 ‘일상의 적층’이라는 개념을 건축에 도입했다. 열람실과 자료실이 분리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열람·학습·휴식 등 도서관의 다양한 기능을 분리하지 않고 켜켜이 중첩시켜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형 열람석이다. 소극장 관람석 같은 열람석은 층과 층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아늑한 독서 라운지이자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쉼터가 된다.

산 능선을 닮은 검은 지붕에 고내식성 강판을 쓴 외관은 도서관보다는 모던한 현대미술관에 가까워 보인다.

세련된 분위기는 내부로 이어진다. 칸막이 하나 없이 시원시원하게 트인 개방형 구조를 중심으로, 높은 층고와 천장의 레일 조명이 감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근처에 남사화훼단지가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원예특화 도서관으로 운영하는 만큼 초록식물을 곳곳에 배치해 플랜테리어 북카페가 부럽지 않다.

건축미를 인정받은 도서관은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 국토교통부 장관상, 제24회 경기도 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금상 등 굵직한 건축상을 받았다.

◇미려함이 곧 적을 이긴다 <수원 방화수류정>

수원 방화수류정.(경기관광공사 제공)/
수원 방화수류정.(경기관광공사 제공)/
동양 성곽의 진수라는 평을 받는 수원화성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정자가 있다. 화홍문 동쪽 언덕의 방화수류정이다. 방화수류정은 1794년(정조 18년) 수원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군사지휘소로 세운 동북각루의 별칭이다.

용두바위에 우뚝 세운 각루는 ‘ㄱ’ 자형 평면에 북쪽과 동쪽은 ‘凸’ 형으로 빼내 주변을 살피고 화포를 쏘기에 적합했다. 미려함이 적을 두렵게 해 이기게 한다는 수원화성 축성의 철학은 방화수류정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석재와 목재, 전돌이 어우러진 벽체는 위용이 넘치고, 팔작지붕을 여러 개 겹친 듯 화려한 지붕은 사방에서 달리 보인다. 반달 모양의 못 용연이 한눈에 보이는 누각은 유사시에는 군사시설, 평소에는 풍류를 즐기는 정자로 쓰였다.

정조 역시 이곳을 사랑했다. “만 그루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 화살은 꽃과 같네(萬柳陰中簇似花)” 1797년(정조 21년) 정월, 왕은 정자에서 신하들과 활쏘기를 하고 시를 지었다. 200여 년 전 정조가 흐뭇하게 바라보던 경치를 이제는 보통 사람들이 누린다. 방화수류정은 멀리서 보아도, 그 안에 있어도 눈이 호강한다.

MZ세대에게는 감성사진을 찍는 피크닉 장소로 통한다. 연못의 수양버들을 배경으로 피크닉 소품을 놓으면 ‘좋아요’가 찍히는 사진 완성. 어둠이 내리고 성벽을 따라 조명이 켜지면 황홀함은 배가된다. 용연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은 수원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수려하다.

◇애틋한 첫사랑을 닮은 간이역 <남양주 능내역>

남양주 능내역.(경기관광공사 제공)/
남양주 능내역.(경기관광공사 제공)/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주민들에게 애틋한 첫사랑 같은 간이역이 있다. 어렸을 땐 친구들과 뛰노는 놀이터, 학창시절에는 첫사랑을 힐끗거리며 통학기차를 기다리는 설렘의 장소, 직장인이 돼서는 헐레벌떡 통근기차를 타러 가는 목적지였던 곳.

능내역은 서울 청량리와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기차역이었다. 1956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중앙선 철로가 복선화되면서 2008년 폐역이 됐다. 164㎡의 아담한 역사에는 60여 년 전 간이역의 모습이 오롯하다. ‘一’ 자형 평면구조의 역사는 짙은 일식기와를 얹었다.

출입구의 뾰족한 박공지붕과 ‘삐걱’ 소리가 날 듯 한 나무문, 예스러운 역간판에서 옛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기차를 기다리던 대합실은 능내역의 옛 풍경을 간직한 전시관이 됐다.

시간이 멈춘 듯 아스라한 역사는 특유의 향수 어린 분위기의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역을 배경으로 SNS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부터 옛 시절을 추억하는 어르신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간이역의 정취를 누린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 하나인 남한강자전거길을 종주하는 라이더들에게는 목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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