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마르지엘라
국내 첫 개인전, 작품 50점 선보여
반전요소 강해 정보없이 감상 추천
(※아래 기사에는 전시 ‘마틴 마르지엘라’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만 ‘스포일러’가 있는 게 아니다. 전시도 미리 내용을 알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24일 개막한 ‘마틴 마르지엘라’는 반전 요소가 강해 웬만하면 사전정보를 모른 채 감상하길 권한다.
마틴 마르지엘라(65)는 프랑스 유명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인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200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더니 지난해부터 순수미술에 전념하며 전시 활동을 이어왔다. 조각과 회화 등 50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미술 전시에 스포일러란 표현을 쓴 건 마지막에 배치된 작품을 볼 때까지 전시가 난해하기 때문이다. 신체의 일부를 확대한 듯한 조각이나 회화 등이 여럿인데, 쉽게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데 마지막 작품 ‘라이트 테스트’(2021∼2022년)를 마주하고 나면 의문이 확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이 때문에 ‘라이트 테스트’를 본 뒤 다시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라이트 테스트’는 금발의 여성을 촬영한 짧은 화면이 반복 재생되는 영상작품. 카메라를 등졌던 여성이 서서히 몸을 돌려 얼굴을 드러낸다. 한데 이목구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수북한 머리카락만 가득할 뿐 얼굴이 없다. 그리고 정면을 마주한 여성은 기괴한 소리의 웃음을 터뜨린다. 마치 “아름다운 얼굴을 기대했니? 그런 건 없어”라며 조소하는 것 같다.
‘라이트 테스트’를 보고 나면 마르지엘라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움이란 게 도대체 뭐냐”고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드 네일스’(2019년)와 ‘레드 네일스 모델’(2021년)은 둘 다 붉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형상화했다. 그런데 매력적인 레드 네일스 모델과 달리, 높이 197cm로 대략 5배쯤 큰 레드 네일스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롯데뮤지엄은 “똑같은 생김새라도 모양과 크기에 따라 아름다움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마르지엘라는 인체와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내년 3월 26일까지. 9000∼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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