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후기 천문시계인 ‘혼천시계’(통천의)의 복원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혼천시계는 조선후기 북학파 천문학자 홍대용과 호남의 과학자 나경적이 1762년에 창제한 기계식 천문시계다. 이 시계는 홍대용의 저서인 ‘담헌서’(湛軒書), ‘농수각의기지’(籠水閣儀器志)에 ‘통천의’(統天儀)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혼천시계는 1438년 장영실의 ‘흠경각 옥루’ 발명 이래로 1669년 송이영의 혼천시계로 이어지는 조선 전통의 천문시계로, 중앙 정부가 아닌 전라도 나주목의 지방관청을 중심으로 실학자들이 공동 개발한 천문시계이다.
홍대용의 혼천시계는 천체의 운행을 통해 날짜와 시각을 알려주는 혼천의(渾天儀)에 추의 힘으로 작동하는 자명종을 연결하여 하나의 기계장치를 이루고 있다. 혼천의 안에 태양을 상징하는 태양진상(太陽眞象, 태양 모형)이 일 년의 절기와 하루의 시각을 알려주고, 달을 상징하는 태음진상(太陰眞象, 달 모형)이 음력 날짜를 알려준다.
연구책임자 윤용현 박사(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는 국립중앙과학관의 ‘기본연구과제사업’ 일환으로 ‘조선후기 기계시계 장치 전시품 개발 연구’를 2년간 진행해 21세기에 홍대용-나경적의 혼천시계를 재탄생시켰다.
홍대용 혼천시계(통천의) 복원연구는 융합연구로 이루어졌는데, 장영실 ‘흠경각 옥루’를 복원한바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의 윤용현 과장이 주축이 됐다. 고천문·시계분야는 한국천문연구원의 김상혁 박사와 민병희 박사가, 고문헌분야는 문화유산연구소 길의 기호철 소장 등이 함께 문헌과 기계식시계 등 유물 분석 그리고 복원모델 실험을 거쳐 원형에 충실하도록 복원하였다.
또한 홍대용의 저서에는 혼천의와 자명종의 제원과 천문현상에 맞는 수학적 특성이 서술되었으나, 문헌만으로 전체의 형태를 추정하는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고려대학교박물관 및 서울대학교박물관의 자명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동력발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의 혼의 유물을 토대로 복원모델 설계와 작동모델 제작에 활용했다.
복원 혼천시계의 혼천의 중심에는 당시의 세계지도를 나타내는 지평판(地平板)이 있는데, 국립중앙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10여 개의 조선후기 고지도에서 지평판의 모델인 ‘천하도’를 채용했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홍대용 혼천시계가 복원된 것은 국민들에게 자긍심 고취는 물론 세종대 자격루, 옥루 등의 과학문화재와 함께 해외전시를 통한 과학한류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복원 홍대용 혼천시계와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 전시품을 만들어 현재 복원되어 실험 중인 자격루의 동력 전달 장치인 주전(籌箭) 전시품과 함께 내년 봄부터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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