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나오미 배런 지음·전병근 옮김/488쪽·1만9800원·어크로스
디지털 시대, 사람들이 글로 주고받는 대화는 스마트폰 대화 애플리케이션(앱)의 입력창 한 줄을 다 채우지 않을 때도 많다. 현대인의 일상적인 글은 갈수록 짧아지고 이에 따라 문해력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심심(甚深)한 사과’ 표현에 대해 ‘사과를 심심하게 한다’고 오해하는 해프닝이 일어나 논란이 됐다.
전통적인 종이책 읽기 강화만이 답일까. 미국 아메리칸대 언어학 명예교수로 미국기호학회장을 지낸 저자는 종이책을 읽는다고 깊이 있는 사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종이책도 산만하게 읽으면 머리에 남는 것은 거의 없기 마련이다. 또 태블릿PC 등을 통해 동시에 검색을 하거나 다양한 링크를 눌러가며 읽는 방식의 등장, 오디오북의 확산과 같은 변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 문해력은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또 다양한 읽기 매체는 각각 장단점이 있고, 읽는 목표에 따라 적절한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학 전 아동의 경우 읽기 목적이 사회적 소통능력 향상이라면 종이책이 낫고, 읽기에 재미를 붙이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 디지털책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매체의 ‘얕은 읽기’와 종이책의 ‘깊이 읽기’를 적절히 오가는 균형이 중요하다. 저자가 제안하는 ‘양손잡이 문해력’도 이 같은 균형의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해력은 읽는 이유, 즉 읽기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지에 대한 목표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곰곰이 읽으면서 기를 수 있는 성찰과 비판적 평가능력은 주체적인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긴 글 읽기가 필요하다. 소설책 등 긴 서사를 읽으면 사고력뿐 아니라 추론능력까지 기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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