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야기가 있는 정원을 거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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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기억/오경아 지음/332쪽·2만 원·궁리

“보르비콩트보다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만들어라.”

프랑스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 궁전 정원엔 ‘태양왕’ 루이 14세(재위 1643∼1715년)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 녹아 있다. 당시 재무장관 니콜라 푸케(1615∼1680)가 세운 보르비콩트 성의 정원을 보고 질투를 느낀 루이 14세는 더 멋진 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보르비콩트 정원을 설계한 정원사 앙드레 르 노트르(1613∼1700)를 불러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긴다.

1682년 완성된 정원은 어마어마했다. 14개 정원엔 50개의 연못 분수와 500개가 넘는 조각상이 배치됐다. 정원 중앙에 자리 잡은 신들의 분수는 조각상의 근육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만들어졌다. 영국 에식스대에서 조경학을 공부하고 국내에서 정원설계회사를 운영하는 저자는 베르사유 정원이 “자신을 태양이자 절대 권력으로 투영한 루이 14세의 상징”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세계 수많은 정원 중 독특한 특징을 지닌 정원 30곳과 이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같은 해외 유명 정원뿐 아니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후원, 강원 강릉시 오죽헌의 정원 등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도 소개한다. 깊이 있는 분석보단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책장을 넘기며 방구석에서 정원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정원의 기억#세계 정원#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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