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명령도 지시도 없다, ‘코끼리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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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장이권 지음/244쪽·1만7000원·21세기북스

“리더가 있는 무리가 없는 무리보다 거의 예외 없이 훨씬 더 성공적이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생명과학전공 교수인 저자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조명한다. 리더십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리더십에 관한 다른 책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리더십을,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닌 생명체의 고유한 특징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다양한 동물의 사례를 들어 리더십의 기원과 기능을 탐색한다. 코끼리 집단은 암컷 중심 사회다. 리더 역시 60대의 가모장이다. 코끼리 수명이 약 70년인 걸 감안하면 할머니 격이다. 코끼리 집단의 리더 역할을 이해하려면 집단 특유의 특이점을 알아야 한다. 코끼리는 필요에 따라 무리에 속해 있기도 잠시 떨어져 있기도 한다. 아침 식사 때 무리는 15마리였다 한낮에는 100마리가 됐다가 오후에 다시 12마리로 줄어드는 식이다. 반드시 집단 내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가모장이 집단 내에 머물 것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왜 집단을 떠나지 않을까. 저자는 리더인 가모장의 경험과 지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가모장의 중요 능력 중 하나는 뛰어난 기억력이다. 몇십 년 전 만난 코끼리를 기억하거나 한 번 가본 장소를 기억해 무리를 이끈다는 것.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 조사에서 나이가 많은 가모장이 이끄는 무리가 훨씬 빠르게 번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 집단의 리더는 단연 여왕벌이다. 여왕벌이 되기 위해선 왕대(王臺)에서 태어난 벌이 제일 먼저 친자매나 경쟁자를 제거해야 한다. 먼저 태어난 벌은 아직 왕대에 있는 다른 유충이나 번데기를 침을 쏴서 죽인다. 거의 동시에 경쟁자가 태어나면 이 둘은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운다. 경쟁에서 승리한 처녀 여왕벌은 일벌들의 공식적인 리더로 군림한다.

동물 집단이 다양한 만큼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리더십이 있다.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이에나는 ‘생식기 냄새 맡기’라는 환영 의례를 통해 신뢰를 쌓는다. 리더가 주도하는 이 의례를 통해 무리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확인하고 서열관계를 재확립하는 것이다. 침팬지 무리에는 털 고르기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리더가 있다. 지금 각각의 사회와 조직에 최적화된 리더십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

#코끼리 리더십#리더십의 기원#동물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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