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 니가타현 사도(佐渡)광산에 강제 동원돼 노역하다가 탈출한 조선인들의 이름이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이 광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494명의 이름이 ‘담배 배급 명부’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63)은 최근 학술지 ‘한일민족문제연구’에 발표한 논문 ‘조선인 연초배급명부로 본 미쓰비시광업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에서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이 당시 노무자들에게 담배를 배급할 때 작성한 ‘조선인 연초(담배) 배급 명부’ 3종을 분석해 명단을 밝혀냈다. 앞서 정 연구위원은 미발간 사도광산사(史) 원고를 분석해 조선인 1519명이 강제 노역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명단까지 파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까지 우리 정부에 신고된 사도광산 강제 동원 피해자 약 150명의 이름도 절반 정도가 명부에서 확인됐다.
명부에서는 조선인이 탈출한 기록이 확인됐다. 1945년 6월 20일자 명부에는 같은 숙소에 머물던 조선인 11명 가운데 7명이 탈출했고, 3명이 붙잡혔다고 기록돼 있다. 가족 사망 등의 이유로 조선에 다녀올 수 있는 허가를 받고 귀국한 이들 가운데 15명이 광산에 돌아오지 않고 이탈했다는 기록도 있다. 정 연구위원은 9일 전화 통화에서 “명부는 사도광산에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2019년 일본의 재야 사학자로부터 처음 연초 배급 명부를 확보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일본 시민단체로부터 수집한 또 다른 명부와 사도시 박물관에 보관된 명부까지 3종의 명부를 비교했다. 또 국가기록원의 강제 동원 명부, 옛 신문 기사 등 총 24종의 문서도 함께 분석해 총 745명의 명단을 밝혔다.
580명의 성과 이름은 온전히 파악했고, 165명은 성명의 일부나 창씨 개명한 이름을 확인했다. 정 연구위원은 “다른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들은 함남, 경북, 강원 등 여러 지역에서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조선인들은 1939년 2월부터 니가타현 앞바다 사도섬에 있는 이 광산에 강제 동원돼 전쟁 물자에 사용되는 구리, 철, 아연 등 광석을 캤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내면서 대상 기간을 금광으로 유명했던 에도(江戶)시대(1603~1867년)로 한정하고,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역사는 쏙 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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