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임용 “韓 음악계 위상 올라”
모교 서울대 교수로 13년 재직
“100세 선생님도 있어 길게 보고파”
서울대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58)이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Jacobs School of Music) 교수로 임용됐다. 1921년 설립된 이 학교는 미국 중동부를 대표하는 명문 고등 음악교육기관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미리엄 프리드, 소프라노 실비아 맥네어,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 등 유명 연주가들을 배출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10일 출국이어서 열심히 짐을 싸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내가 가르친 학생들도 미국에 유학 갈 때는 대개 이 학교나 뉴잉글랜드음악원,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중 한 곳을 택한다”고 했다.
“팬데믹 직전, 서울대 음대 동창인 ‘절친’으로 이 학교에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임성미 교수의 제안으로 함께 연주하고 마스터클래스도 열 기회가 있었어요. 행사가 끝난 뒤 현악 주임 교수께서 ‘이 학교에 와서 가르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 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정지됐고, 2년이 지나 다시 연락이 왔어요. ‘종신 재직권(테뉴어)을 주겠느냐’고 물어봤고, 승낙을 받았습니다.”
이 학교에는 임 교수의 남편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배익환 교수가 타계 직전인 2014년까지 재직했다. “학교로서는 배 교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가 2001∼2006년 오벌린 음대 교수를 지냈는데, 당시 제가 ‘너무 한국 학생들을 끌어들인다’며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었어요. 한국 음악도가 전 세계에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제 한국 음악계의 위상이 올라가고, 그 혜택을 보게 된 거죠.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오벌린 음대와 휴스턴 음대에 이어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서울대는 제 모교니까 애정이 크죠. 하지만 정년까지 남은 시간이 이제 7년뿐이고, 평생 현역으로 살고 싶어 과감히 선택했습니다. 제자들도 미국에 공부하러 와서 저를 만난다면 아쉽지 않은 일이 되겠죠.”
그는 음악가로서 연주도 매력 있는 일이지만 가르치는 일도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90세, 100세까지 오래 가르치는 선생님들처럼 ‘길게 보며’ 가고 싶어요. 미국에서도 대학에 속하지 않은 음악원은 종신제가 없어요.”
인디애나대에는 올해 100세가 되는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제 고국 무대에서는 그를 보기 힘들까. 그는 “5, 6월은 한국에서 지내며 청중과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가 감독을 맡고 있는 실내악단 ‘서울 비르투오지’를 비롯해 창원국제음악제, 여성 중견 연주자 6명이 함께하는 ‘그리움 앙상블’ 활동도 이 시기에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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