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낸 김민석 씨
무연고 사망 장례 지원 단체서 일해
서류에 없는 고인 인연 늘 찾아와
“모두가 애도 받아야 한다고 믿어”
‘혹시 세상 어딘가에 고인의 죽음을 함께 슬퍼해줄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을까.’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에서 일하는 김민석 씨(30)는 서울시가 보낸 장례의뢰 공문을 받을 때면 서류에는 없는 고인의 인연을 늘 찾는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이 담지 못하는 인연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2020년 8월 서울 마포구 사무실로 도착한 장례의뢰 공문에도 고인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서는 거의 없었다. 고인이 살았던 성동구 여관 주소가 유일했다. 한 줄뿐이었지만 고인을 알 만한 누군가에게 부고를 전해야 하는 김 씨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정보였다. 혹시 여관 주인이 고인과 생전 친분을 쌓지 않았을까. ‘고인의 죽음을 애도해줄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그는 그날 퇴근 뒤 여관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고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여관 주인을 만났어요. 고인은 ‘무연고’가 아니었던 겁니다.”
최근 신간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지식의숲)를 펴낸 김 씨는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고인을 ‘무연고 사망자’로 부르며 애도 의식을 하지 않고 시신을 처리해왔다”며 “공영장례를 통해 고인을 존엄한 인간으로 함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다”고 했다.
공영장례는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등 장례를 치러줄 이가 없는 망자의 마지막 길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이 조례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조례가 유명무실한 지자체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고인의 영정사진을 제작하는 것도 김 씨의 일이다. 공영장례를 치르는 고인 중에는 생전 영정사진을 찍어두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래서 단체사진 속 고인의 얼굴을 확대해 쓸 때가 많다고 한다. 조문객이 장례식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김 씨는 아주 작은 사진이라도 찾아낸 뒤 드로잉으로 얼굴 아래 양복이나 한복을 덧그린다. 고인에게 존엄한 모습을 선물하는 것이다.
공영장례가 치러지는 서울시립승화원에 놓인 영정사진을 보고 생전 일면식이 없는 시민들이 때로 찾아와 꽃을 놓기도 한다.
“왜 그분들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고인을 위해 헌화를 할까요. 우리 모두가 마지막 순간 아무렇게나 처리되는 사물이 아닌, 누군가에게 애도받아야 하는 존엄한 인간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믿음이 지켜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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