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 시인(90)의 시집을 출간해 논란을 빚은 실천문학사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시집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시집 공급 중단과 함께 출판사에서 발행해오던 계간지 ‘실천문학’을 1년간 휴간하겠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시집 간행 전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 건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천문학사와 여러 인연을 맺어온 이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고 시인의 시집을 출간한 배경에 대해 “자연인이면 누구나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다”면서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천문학사는 세간의 여론에 부응,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 시인 시집 주문에 불응해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간 ‘실천문학’에 대해서도 “이미 청탁이 끝난 2023년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자숙의 의미로 2023년 말까지 휴간 기간을 갖는다”며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봄호에는 개선책을 면밀히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 시인은 이달 초 신작 시집 ‘무의 노래’와 캐나다 시인과의 대담을 엮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냈다. 이번 출간은 윤 대표가 독단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간 ‘실천문학’은 지난해 겨울호(146호)에서 고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으로 고 시인의 신작 시집에도 실린 추모시 ‘김성동을 곡함’을 싣기도 했다.
고 시인의 신작 발간 소식에 2017년 시 ‘괴물’로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최영미 시인은 “허망하다. 조만간 글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은 고 시인과 실천문학사에 사과를 요구하며 편집자문위원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고 시인은 성추문 폭로 이후 최근까지 활동을 중단해 왔다. 고 시인은 최 시인 등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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