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윤정희 씨(79)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동정민 채널A 앵커(전 동아일보 파리 특파원)가 온라인에 추모사를 올렸다.
동 앵커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설 연휴를 앞두고 윤정희 선생님의 별세 소식이 들려왔다”며 파리 특파원 시절 백건우-윤정희 부부의 마지막 인터뷰 순간을 기억했다.
동 앵커는 “당시 인터뷰를 요청 드리자, 고민하던 백 선생님의 수락 이유가 이거였다”며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아요’라는 부부의 말을 기억했다.
동 앵커는 “2018년 12월, 10년 넘게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시던 윤정희 선생님이 추억과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끝자락에 왔다고 보셨다”며 “4차례에 걸쳐 집 앞 카페, 오페라 옆 카페, 집 앞 식당에서 12시간 동안 긴 부부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정확히 12월 25일. 두 분이 결혼 전 몰래 동거했던 몽마르트 언덕 밑 집, 몰래 연애했던 퐁데자르 다리와 첫 만남 때 갔던 튈르리 정원 등 로맨스 투어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동 앵커는 “튈르리 정원에선 백 선생님은 반지를 빼서 보여주셨다. 내 손에서 한 번도 뺀 적이 없다는 파리에서 산 결혼반지. 작년 말 예술의전당 공연 때도 끼고 계셨다.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고 말했다.
동 앵커는 당시 부부에게 ‘두 분은 24시간 늘 함께 있는데, 혹시나 한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떨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했다.
남편 백건우 씨는 그런 생각을 안 한다면서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그렇고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잖아. 그걸 받아들이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정희 씨는 “자기한테도 처음 이야기하는데 혼자서는 못 살 것 같다. 그래도 만약 혼자가 된다면 수녀원 같은 데서 일하며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은 가끔 해. 자기가 나보다 더 오래 살아”라고 답했다.
동 앵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부의 소원을 신께서 들어준 것 같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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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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