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
5년만에 단독 내한콘서트
몽환적 멜로디, 흑백영화 보는 듯
멜랑콜리한 음악 찾는 팬들 홀려
미국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공연은 아늑하고 먹먹한 모노톤의 꿈과 같았다.
리드보컬 그레그 곤잘러스 등 3명의 멤버가 5일 오후 7시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강렬한 백색 조명 앞으로 검은색 옷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내자 이내 흑백의 공간은 나른한 목소리와 멜랑콜리한 멜로디로 가득 찼다. 밴드에 따라붙는 ‘드림 팝(Dream Pop)’이라는 수식 그대로였다. 드림팝은 울림 효과를 주는 악기와 속삭이는 보컬로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8년 11월 첫 내한 후 4년여 만에 열린 이 밴드의 단독 공연을 보기 위해 이날 관객 3800여 명이 모였다. 2008년 미국에서 결성한 이 밴드는 주로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흑백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잔잔하고도 몽환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가사는 밴드의 주축인 곤잘러스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곡 ‘Crush’(2018년)를 필두로 모두 15곡을 선보였다. 어릴 적 풋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John Wayne’(2017년), 연인이 곧 자신의 전부임을 담담하게 풀어낸 곡 ‘You’re All I Want’(2020년) 등 동시대의 연애를 이야기하는 노래들이 주를 이뤘다. 이 밴드를 널리 알린 곡 ‘Nothing’s Gonna Hurt You Baby’(2012년)도 이어졌다.
곡은 멜로디와 가사가 단순하고 여유가 있어 눈을 감고 듣기에도 편안했다.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많이 접해 왔던 음악이지만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을 때에도 아늑한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우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서가 관객들의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이와 성별을 가늠하기 어려운 곤잘러스의 중성적인 목소리 덕에 공연장에서는 몽롱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팬들도 떼창보다는 박수로 화답했다.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은 밴드를 대표하는 ‘Sweet’ ‘Sunsetz’ ‘K.’까지 3곡이 연이어 연주되던 순간. 2017년 밴드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확립한, 밴드와 동명의 앨범에 포함된 곡이다. 곤잘러스는 “이 밤을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느린 박자의 드럼과 어쿠스틱한 기타를 바탕으로 하는 이 밴드의 곡은 대개 비슷한 느낌이 반복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테크닉이나 퍼포먼스보다는 무드로 승부를 보는 팀이다. 단순한 멜로디와 통속적인 가사로 구성돼 쉽게 이해된다”며 “멜랑콜리한 음악을 찾는 팬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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