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한경록 생일 공연서 시작… 성탄절-핼러윈과 ‘홍대 3대 명절’로
3년만에 대면 개최… 12일까지 열려
최백호-이적-이병철 등 120팀 참여… 콘서트 이어 전시-강연-북토크도
“경록이가 어릴 때부터 농담으로 홍대를 먹여 살리겠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것 같아요.”
8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왓챠홀. 크리스마스, 핼러윈과 함께 이른바 ‘홍대 3대 명절’이라 불리는 ‘경록절’ 개막식 공연에서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밴드 크라잉넛의 보컬 박윤식은 “한 사람의 생일이 이렇게 축제가 될진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록절’은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이자 홍익대 앞 터줏대감인 한경록의 생일(2월 11일) 때마다 뮤지션들이 축하 공연을 여는 행사다. 시작은 2007년 작은 치킨집에서 연 그의 생일 파티에서 비롯됐다. 홍익대 앞 음악인들 사이에서 “경록이가 쏜대”란 입소문을 타고 커진 이 행사는 김창완, 김수철 등 다양한 국내외 가수들을 끌어모으며 자연스레 대중음악계의 대표 명절로 자리매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공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근 2년간 온라인에서 페스티벌을 이어간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돌아온 데다 부제를 ‘마포 르네상스’로 내걸 정도로 판도 훨씬 커졌다. 축제 기간 역시 기존 하루에서 닷새로 늘려 12일까지 음악을 비롯해 미술 문학 과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 120팀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인다.
8일 개막식 공연에는 5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한경록은 “이게 얼마 만의 대면 경록절이냐”며 “너무너무 그리웠다”고 했다. 크라잉넛은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2018년)로 무대를 열었다. 총 7곡을 부르는 동안 관객들은 막간을 이용해 한경록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기도 했다. 이후 차세대, 김수철, 멜로망스 등 총 11팀이 5시간 넘게 릴레이 공연을 이어갔다.
경록절의 하이라이트는 축제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른바 ‘선배 뮤지션’의 레전드 무대다. 최백호, 이적, 양파, 박창근, 딕펑스 등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의 과학 강의, 이병철 시인의 시문학 강연, 지난해 에세이집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를 낸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의 북 토크,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의 작사 강연 등도 같은 날 열린다.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에서는 닷새 동안 김창완, 조윤진, 조문기, 신창용 등 음악과 미술 작업을 함께 하는 작가 8명이 한데 모여 전시 ‘로큰롤 르네상스’를 연다. 9, 10일에는 크라잉넛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공연이, 11일에는 ‘로큰롤 시티투어’라는 제목으로 홍익대 주변 여러 라이브 클럽에서 오프라인 공연이 각각 진행된다. 한경록은 “흑사병의 유행이 끝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통해 문화예술이 부흥하기 시작했듯, 팬데믹 후 한국에서도 다시 한번 문화예술이 꽃피울 것을 기대하며 축제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경록절은 홍대라는 공간에서 인디음악을 줏대 있게, 또 자긍심을 갖고 활동한 여러 세대의 아티스트들과 호흡하는 상징적인 행사”라며 “특히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행사이다 보니 ‘재밌게 했을 뿐인데 축제로 성공했다’는 의미까지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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