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어린 시절 “죽음을 무서워하기보다 운명으로 느꼈다”고 한다. 여전히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는 저자이지만 병약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냈던 유소년기의 기억이 선명하다.
미래를 쉽게 장담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건강 상태는 저자가 신앙의 문으로 들어서는 한 배경이 됐다. 그는 열네 살 때 윤인구 목사(부산대 설립자·연세대 3대 총장)의 설교를 듣고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건강을 허락해 주시면, 내 일보다 하나님의 일을 하겠습니다.”
신앙인으로 살아온 여정을 기록한 이번 책에도 100년 넘는 세월을 산 철학자가 체득한 깨달음이 녹아 있다. 저자는 “인간다운 삶의 진리가 곧 복음”이라 여긴다. 그는 자신이 겪은 다양한 일화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늙었다는 핑계로 ‘인생의 마라톤’을 중단하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그는 일생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한 기간으로 98세 이후 4, 5년을 꼽는다. 노년의 시간을 풍요롭게 채울 수 있었던 그의 비결은 용기와 신념이었다. 인간애의 중요성도 환기시킨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기독교의 교리와 교권이 아닌 인간애의 진리”라고 강조한다. 정치적 노선에 따라 인권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따끔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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