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는 농인 부모 이상국 씨와 길경희 씨 사이에서 태어난 ‘코다(CODA·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비청각장애인)’다. 저자가 일본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농인 부모님의 세상은 견고해요. 그러나 그 사회가 항상 밝고 아름답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농인이 농인을 대상으로 범죄와 사기 행위를 벌이기도 하고, 계모임을 하다 도망치는 일도 벌어지죠. 누군가를 대상화해 무조건 아름다울 거라고 믿는 건 또 하나의 선입견 아닐까요?”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2015년)로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장애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이 섣부른 착각일 때가 많다고 말한다.
장애를 지닌 이를 불쌍하게 보거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양극단으로 대상화된 이미지 속에서 장애인들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은 쪼그라들고 만다. 저자는 장애인의 삶의 풍부한 면면을 자신의 언어로 써내려 나간다.
특히 삶의 여러 순간에서 마주한 경험과 단상을 논픽션 책이나 다큐멘터리 속 이야기와 엮어 풀어냈다. 어릴 적 반지하방에서 호떡 장사를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계 너머를 상상하곤 했던 경험이 그 출발점이다.
일본의 농인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의 책 ‘서로 다른 기념일’에서 청인 아이를 낳고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 몸을 최대한 아이와 맞대고 잤다는 대목을 읽으며, 저자는 농인 부모는 소리를 못 듣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듣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농인을 위한 미국의 종합대학인 겔러뎃대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데프 U’가 농인의 연애, 인간관계, 가십 등 일상을 가감 없이 그려낸 것을 보고, 자신의 다큐멘터리가 농인 문화의 아름다운 부분만을 부각했음을 깨닫는다. 미래의 삶, 페미니즘과 결혼 제도, 창작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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