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 각국에서 킬러 콘텐츠 ‘슬램덩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 만화, MD 상품, 현지 관광까지 캐릭터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6일 ‘슬램덩크의 인기가 아시아를 석권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 팬들의 열기는 더 뜨겁다. 한국어판 원작 만화만 1500만부 팔렸다. 성공이 약속된 시장인 셈이다. 게다가 주인공 강백호와 함께 자란 팬들은 어느덧 30~40대로 성장해 구매력을 갖췄다.
팬덤의 힘은 흥행 성적으로 드러났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월4일 개봉 후 한 달간 관객 수 285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아직 신기록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상영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2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 명)은 이미 꺾었다. 397만 명을 동원한 1위 ‘너의 이름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극장가에서 시작된 열풍은 각종 파생 상품의 판매고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세븐일레븐은 10일부터 만화책 전권 세트를 예약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더 현대 서울’에 마련된 슬램덩크 팝업 매장에는 100명 이상이 장사진을 이뤘다. 팝업 매장에서는 일러스트가 들어간 의류 등 관련 MD 상품을 살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슬램덩크는 관광 컨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가나가와현(?) 에노시마는 소위 ‘슬램덩크 성지’가 됐다. ‘능남고앞역(驛)’으로 유명한 에노시마 전철에는 성지순례를 오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에서 가족과 함께 슬램덩크 순례를 온 한 남성(47)은 “벌써 4번째 오는데 가족과 온 건 처음”이라며 “(몇 번씩이나 찾는 이유는) 좋아하니까. 그 외에 이유는 필요 없다”고 답했다.
팬덤 파워는 슬램덩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지갑도 연다. 한국인 남녀(22)는 “영화랑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SNS랑 숏폼 영상으로 화제가 된 지역이라 와 봤다”며 “돌아가면 영화를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캐릭터 마케팅에 정통한 노자와 토모유키 후쿠이공업대학 교수는 영화 흥행에 대해 “미완성인 것에 더 관심이 쏠리는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기의 절정에서 연재가 끝난 원작에 대한 답답함과 기대감이 팬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가, 20년만에 돌아온 극장판을 통해 분출됐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극장판은 거들 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