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저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 여자’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다. 그는 멕시코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이다. 평생을 신체적 장애와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불편함을 느끼든 연민을 느끼든 그녀는 우리를 도발해 말을 하게 한다”며 “프리다처럼 사랑하지 않고 열심히 쓰지 않고 그동안 뭘 했니 너는? 늦은 밤 자지 않고 나는 스스로를 탓했다”고 했다.
문단 권력에 주눅 들지 않고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알리며 거침없이 비판한 저자가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2009년) 이후 14년 만에 낸 산문집이다. 미투(MeToo·성폭력 피해 사실 폭로)부터 스포츠나 일상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2017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폭로한 시 ‘괴물’을 발표한 후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법정 다툼을 앞두고 쓴 글 ‘진실을 덮을 수 있을지’에서 그는 “분노와 막막함이 지나가니 전투 의지가 솟는다. 재미있는 재판이 될 것 같다. 그 대단한 인권변호사들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다”며 강단 있는 태도를 보인다.
글을 읽다 보면 어려움을 직시하는 용기가 놀랍다. 그는 익사할 뻔한 경험을 한 뒤엔 일부러 깊은 물에 몸을 던져 보며 공포를 물리쳤다. 걷다가 축구공이 굴러오면 발이 간지러워 그냥 보내지 않는다. 이 당당함이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 침묵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가 많이 후퇴했다”고 신랄하게 말하는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던 게 아닐까.
댓글 0